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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대표님

생존의 게임: 대표님을 위한 마지막 함정

제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를 대표님이 찢는 순간, 나는 내 인생의 게임이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김 과장, 자네가 이 회사를 떠나는 건 내가 허락할 때야." 그의 목소리는 겨울 아스팔트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스타트업 '서바이벌 테크'의 5년 차 직원으로, 나는 대표님의 비밀을 알게 된 첫 번째 사람이었다. 그가 투자금 30억을 빼돌린 증거가 내 클라우드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죽 의자에서 나는 미세한 삐걱거림과 그의 숨결에서 풍기는 위스키 향이 사무실을 채웠다. 대표님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심장박동과 일치했다.

"증거는 어디 있지, 김 과장?" 그의 눈이 내 표정 하나하나를 스캔했다. 나의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대표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음이 부서지는 것 같은 웃음소리였다. "우리 둘 다 알잖아. 자네가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냥 넘겨. 그럼 자네와 자네 아내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 수 있어."

창밖으로 서울의 밤 풍경이 반짝였다. 이 반짝임 속에 몇 명의 무고한 투자자들의 꿈이 묻혀 있을까. 그들은 대표님의 화려한 비전에 속아 모든 것을 걸었다. 나도 그랬다. 3년 전, 내 퇴직금 전부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기록은 이미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가 24시간 내에 확인하지 않으면, 모든 자료가 금융감독원으로 자동 전송됩니다."

대표님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처음으로 그의 완벽한 가면에 금이 갔다. "자네... 정말 그럴 용기가 있나?"

"생존이요." 내가 대답했다. "이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당신에게 속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생존, 그리고 제 양심의 생존."

순간 대표님의 손이 서랍으로 향했다. 나는 이미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회사 창립 5주년 기념으로 그가 자랑스럽게 보여줬던 권총. "장난감이 아니야," 그때 그가 말했었다.

하지만 내 손이 더 빨랐다. 녹음기 재생 버튼을 눌렀고, 방금 있었던 우리의 대화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내 휴대폰 화면에는 '실시간 방송 중'이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당신이 옳았어요, 대표님." 내가 말했다. "이건 게임이에요. 하지만 당신 규칙이 아닌, 제 규칙대로 진행되는 게임이죠."

사무실 문이 열리고 경찰들이 들어왔을 때, 대표님의 눈에서 나는 이상한 감정을 발견했다. 분노도, 공포도 아닌... 어쩌면 존경? 그는 체포되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속삭였다. "김 과장, 자네는 내가 채용한 사람들 중 유일하게 생존에 성공한 사람이야."

그날 밤, 회사 건물을 나서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때로는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상과 똑같이 교활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싸우던 바로 그 괴물이 되어가는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