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생존 영상: 세계의 끝에서
유튜브에 업로드된 마지막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게 제 마지막 생존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화면 속 남자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의 눈은 이미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촬영 중이었다. 하늘은 기묘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도시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카메라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인지, 아니면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시각은 2029년 5월 16일 오후 4시 23분입니다. 전력은 3일 전에 끊겼고, 물은 일주일 전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식량은..."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웃었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영상의 댓글창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이것도 가짜겠지', '특수효과 대단하다', '종말론자 또 시작이네'. 나는 댓글을 무시하고 계속 영상을 봤다. 현재 조회수는 784만.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화면이 잠시 흔들리더니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텅 빈 냉장고, 벽에 붙은 가족사진, 탁자 위에 놓인 라디오. 그는 라디오를 켰지만 정적만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방송은 36시간 전에 중단됐습니다. 정부의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그는 창문을 가리켰다. 길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몇몇 차량만이 무질서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이미 늦었죠."
갑자기 하늘에서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카메라가 급하게 하늘을 향했다.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원형의 틈새가 생겼다. 그 중심에서 푸른빛이 점점 강해졌다.
"그들이 왔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평온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상을 보는 분들에게... 우리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우리는 존재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점점 더 강해졌다. 아파트 창문 유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다시 남자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생존이란 단지 숨을 쉬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되는 것이죠. 이 영상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겁니다."
영상은 갑작스러운 빛의 섬광과 함께 끊겼다. 내가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자, 이번에는 '이 콘텐츠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떴다. 창밖을 보니 붉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멀리서, 아주 작게, 구름 속에 원형의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