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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남친

소개팅의 남친: 그가 감춘 진실

내 사촌 민지가 연결해준 소개팅 자리에서 내 전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그는 나를 본 적 없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강우성입니다." 민지가 주선한 이 소개팅이 불길하게 느껴진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두 달 전, 석 달간 함께했던 우성은 "더 이상 감정이 없다"며 나를 떠났다. 그날 밤 비가 쏟아지는 카페 앞에서 우산도 없이 서 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했다. 물에 번진 립스틱처럼 흐릿해진 그의 뒷모습. 그리고 이제 그는 마치 우리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앉아있었다.

민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곧바로 그에게 물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줄 수 있어?"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불안하게.

"미안해, 어... 사실은 기억이 나. 하지만 네 사촌이 널 소개시켜준다고 했을 때, 거절하기 어려웠어. 그리고 솔직히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어."

테이블 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민지가 돌아왔고,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를 이어갔다. 우성의 직업, 취미, 좋아하는 음식까지—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것들. 그는 때로는 내가 기억하는 답변과 다른 대답을 했다. 손목에 찬 시계도 달라졌고, 커피를 마시는 습관도 바뀌어 있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성에게서 문자가 왔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오랫동안 화면만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왜 우리가 처음 만난 것처럼 연기했어?"

다음 날 카페에서 만난 우성은 이전과 다른 사람 같았다. "사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 우리가 만났던 시기에 난 최악의 상태였고, 그때의 기억들이 고통스러워서 부정하고 싶었던 거야. 너랑 다시 만나면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어. 치료 중인 내가 다시 만날 자격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의 말을 듣는 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그가 웃을 때도 눈빛은 항상 슬펐던 것, 가끔 며칠씩 연락이 끊겼던 것, 그리고 마지막 이별도 갑작스럽지만 어딘가 예상했던 것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이번엔 진짜 처음부터 시작할까?" 내가 물었다. 우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소개팅이라는 타인의 중개로 다시 만나 진정한 서로를 소개받게 되었다. 때로는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낯선 사람이 되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