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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로맨스

소개팅의 로맨스: 어긋난 시간 속 만남

"제가 당신을 알아요."

소개팅 테이블 건너편의 여자가 내게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와인 잔을 들다 멈췄다. 그녀는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레스토랑의 어둑한 조명 아래서도 그녀의 눈빛만은 선명하게 빛났다. 집에 돌아가고 싶던 마음이 순간 사라졌다.

"미안하지만,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와인 잔에 반사된 촛불이 그녀의 입술 위에서 춤을 췄다. "아직은 아니에요. 하지만 곧 만나게 될 거예요."

그날 밤 소개팅은 기묘하게 흘러갔다. 그녀는 내 좋아하는 책들, 내가 어린 시절 다녔던 장소들, 심지어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밀까지 알고 있었다. 처음엔 친구들이 짜놓은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이 여자는 날 정말로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일 오후 3시 43분, 시내 중앙도서관 고전문학 코너에서 당신은 책장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다가 나와 부딪힐 거예요.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 될 거고요."

그녀의 말에 등줄기로 한기가 내려갔다. 실제로 나는 내일 그 시간에 도서관에 갈 계획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장난기도, 거짓말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시간은 직선이 아니에요. 가끔은 원처럼 맞닿기도 하죠." 그녀는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원을 그리며 말했다. "나에게는 이미 일어난 일이, 당신에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예요.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선에 있어요. 적어도 내일까지는요."

소개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일 도서관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로 도서관에 들어섰다. 시계는 3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고전문학 코너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냥 우연일 뿐이야.'

책장 앞에 서서 손을 뻗었다. 초록색 표지의 '위대한 개츠비'가 보였다. 책을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와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그녀가 아닌 전혀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어제 만난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아, 괜찮아요. 제가 책을 꺼내다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어제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는 미래의 이 여자였다. 그리고 이 순간이 우리의 진짜 첫 만남이었다. 시간은 정말로 원처럼 맞닿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아직 모르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함께 놀라운 로맨스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도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하겠지.

"제가 당신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