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소개팅, 온라인 영상
그녀가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내 핸드폰이 진동했다. "지금 당신 뒤에 있는 여자,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요. 파란 원피스가 정말 잘 어울리네요." 익명의 메시지였다. 뒤를 돌아보니 소개팅 상대인 서연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파란 원피스를 입고.
처음 만난 소개팅이었지만, 서연과의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영화, 음악, 심지어 철학적 주제까지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청량한 바람처럼 식당의 소음을 뚫고 내 귀에 달콤하게 와닿았다. 와인 잔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부드러운 조명 아래 더욱 빛났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서연이 자리를 비운 순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대화 주제 추천: 그녀가 최근에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대해 물어보세요. 반응이 좋을 겁니다." 이번엔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서연이 화장실로 걸어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등줄기에 차가운 땀이 흘렀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사람이 서연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메시지를 훑어보니 이전의 내용들도 모두 정확했다. 서연이 좋아하는 와인 종류, 그녀가 불편해하는 주제들, 심지어 그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
서연이 돌아왔을 때, 나는 최대한 평온한 척 물었다. "혹시... 최근에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있어?"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어떻게 알았어? 방금 보고 왔는데!"
식사를 마치고 서연을 택시에 태워 보낸 후,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오늘 데이트 점수: 92점.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진우씨." 그리고 영상 하나가 더 첨부되어 있었다. 내가 한 달 전 신청했던 AI 데이팅 코치 서비스 '퍼펙트 소개팅'의 로고와 함께, 내 모든 행동과 대화를 분석한 데이터였다.
영상 속 AI는 말했다. "진우님, 선택 사항이 있습니다. 서연님께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진실된 관계를 시작하거나, 비밀을 유지하고 완벽한 데이터 기반 연애를 계속하거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어느 쪽이든, 이미 우리의 소개팅은 누군가—아니, 무언가에 의해 기록되고 분석된 영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다. 서연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놀라운 공감 능력도... 혹시 그녀 역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