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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짝사랑

소개팅의 덫: 짝사랑의 역설

오늘따라 유독 티격태격하는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은지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열 번째로 시계를 확인했다. 소개팅 상대가 나타날 시간이 5분 남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여전히 그에게서 온 답장은 없었다. 3년간의 짝사랑, 승민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였다.

"오늘 7시, 성수동 카페 '감성'에서 소개팅해. 괜찮은 사람 같으니까 한번 만나봐."

친구 유진의 끈질긴 권유로 마침내 응한 소개팅. 은지는 승민을 향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카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키 큰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다 은지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치는 가운데, 은지는 어색하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혹시... 강은지 씨?"

목소리가 낯익었다. 아니, 얼굴도. 은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승민이었다. 3년간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서 일하며 짝사랑해온 그 사람이 소개팅 상대였다. 그의 손에는 은지가 좋아하는 노란 프리지아 한 송이가 들려있었다.

"어... 네, 맞아요. 승민 씨...?"

승민은 당황한 기색 없이 웃으며 앉았다. "유진이 소개해준다길래... 혹시나 해서 왔어요. 맞았네요."

은지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유진은 알고 있었을까? 승민을 향한 그녀의 마음을... 그리고 승민은? 그는 정말 '혹시나' 해서 온 것일까?

"사실... 오늘 소개팅 전에 메시지 받았어요. 당신이 보낸 거."

은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실수로 승민에게 보낸 소개팅 약속 메시지. 그러니까 그가 여기 온 이유는...

"3년 동안 지켜봤어요. 항상 멀리서 나를 바라보던 당신을. 말 걸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죠."

승민이 프리지아를 건넸다. "이거, 당신 책상에 항상 꽂혀있던 꽃이잖아요. 내가 몰래 선물로 놓아둔 거였는데..."

카페의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은지의 귓가에는 심장 소리만 들렸다. 3년간의 짝사랑은 서로를 향한 것이었다. 소개팅이라는 우연한 기회가 그들의 평행선을 마침내 교차시켰다.

테이블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손이 조심스럽게 가까워졌다. 창밖으로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유리창에 작은 물방울 자국을 남겼다. 때로는 사랑이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보다 우연한 소개팅의 마법 같은 타이밍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