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소개팅, 운명의 학교
그녀는 내가 꿈에서도 그리던 여자였다. 하지만 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건 소개팅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을 때가 아니라, 그녀의 목에 걸린 교사 신분증을 발견했을 때였다.
"김지현... 선생님?"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카페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 고개를 갸웃하다가, 마침내 그녀의 눈이 커졌다.
"민준이... 오민준?" 그녀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10년 전 신림중학교 3학년 2반?"
카페의 재즈 음악이 갑자기 우스꽝스럽게 들렸다. 내 중학교 시절 국어 교사였던 김지현 선생님. 내가 가장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 유일하게 내 글쓰기를 인정해주셨던 그 분이 10년 만에 내 소개팅 상대로 앉아있었다.
우리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커피 스팀에서 올라오는 김이 마치 시간의 안개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서른 중반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지만,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생겨있었다.
"선생님이 아직도 가르치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내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그리고... 모르는 사람처럼 하고 자리를 피하지 않아서 고마워," 그녀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그날 저녁,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대화했다. 그녀는 여전히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격려로 시작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우리 사이의 어색함은 점점 녹아내렸다.
"사실... 내 소설의 여주인공은 항상 당신을 모델로 삼았어요," 와인 한 잔 후에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소개팅을 계속해도 될까?" 그녀가 물었다. "학생과 교사가 아닌, 그냥 두 어른으로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도시의 네온사인을 번지게 했다. 열여덟 살 때 그녀의 수업 시간에 쓴 시구가 떠올랐다. "때론 인생은 우리를 가장 예상치 못한 학교로 되돌려 보낸다." 그날 밤, 나는 10년 만에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불운한 소개팅, 운명의 학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