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남친: 현실이 된 소설
"그 소설 속 남자친구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책방 주인의 질문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평범한 월요일 저녁, 비를 피해 들어선 오래된 서점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그 묘한 제안에 웃음으로 답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책방 구석에서 발견한 낡은 소설책을 집어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표지는 바랜 채 제목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었고, 책장을 넘기자 묘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오래된 종이와 먼지 냄새 사이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향수 냄새가 녹아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내가 그려왔던 이상적인 남자친구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의 성격, 말투, 심지어 버릇까지도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했다.
"이런 남자가 실제로 있을까?" 나는 중얼거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서점 문이 열리며 들어온 남자는 마치 소설 속에서 걸어나온 듯했다. 그 높은 콧대와 살짝 올라간 입꼬리, 왼쪽 눈가의 작은 점까지. 책 속에서 묘사된 그대로였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혹시 시간 있으세요?" 그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가 상상했던 그 남자의 목소리와 완벽히 일치했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그날 이후, 우리는 소설 속 두 사람처럼 빠르게 가까워졌다. 데이트 코스, 대화 내용, 심지어 첫 키스까지 모든 것이 소설 속 전개와 똑같았다.
하지만 점점 불안해졌다. 소설 속 남자친구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그 소설의 결말도 현실이 될까? 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소설 속 그 남자는 주인공 여자를 사랑하는 척하며 접근한 사기꾼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그가 모든 것을 빼앗고 떠나는 것으로 끝났다.
나는 그를 시험했다. 소설에 없는 장소로 데이트를 제안했고, 소설과 다른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마치 정해진 대본이 있는 것처럼 항상 이야기를 소설 속 흐름으로 되돌렸다. 그럴 때마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오늘, 소설 속 결말의 전날이 되었다. 소설에서는 남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날이다. 나는 결정했다. 책방으로 돌아가 그 책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서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에는 오래된 공터만이 남아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문자였다. "오늘 밤,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를 하자."
때로는 소설이 현실이 되고, 때로는 현실이 소설이 된다. 나는 펜을 들었다. 이제 내가 새로운 결말을 써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