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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대표님

썸타기의 대표님: 선 넘지 않는 사랑의 줄다리기

"대표님의 커피는 제가 타겠습니다." 내가 말했을 때, 사무실 전체가 숨을 죽였다. 그들의 눈빛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와 대표님 사이의 이상한 긴장감을. 우리는 6개월째 썸을 타고 있었다. 아무도 선을 넘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대표님은 42살, 나보다 10살 많았다. 그의 까만 수트 아래 감춰진 탄탄한 몸매와 살짝 흰머리가 비치는 관자놀이는 내게 치명적이었다. 매일 아침 그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코롱 향수 냄새가 내 책상까지 밀려왔고, 그 순간 내 심장은 항상 불규칙하게 뛰었다.

"아, 오 대리. 고마워요." 그의 목소리는 커피를 받아드는 손끝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우리 손가락이 스쳤을 때,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 찰나의 순간들이 우리의 '썸'을 유지했다.

회사 규정은 명확했다. 직장 내 연애 금지. 특히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는 더욱 엄격히 금지되었다. 하지만 규정에는 '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우리는 그 애매한 영역에서 6개월을 버텨왔다.

"오늘 저녁 회식 있어요. 참석하실 거죠?" 내가 물었다. 회식은 우리가 공식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물론이죠." 그가 미소 지었다.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 담긴 미소였다.

회식 자리에서 우리는 항상 멀리 앉았다. 하지만 눈빛은 끊임없이 마주쳤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그의 시선이 더 담대해졌고, 나도 그에게 더 오래 시선을 두었다. 타이밍을 맞춰 화장실에 가는 것도 우리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더 이상 못 참겠어요." 화장실 앞 좁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그가 속삭였다. 형광등 아래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

"대표님, 회사에서는..." 내 말을 끊으며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지금은 회사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일부터 난 이 회사의 대표가 아니에요."

놀라서 쳐다보는 내게 그가 설명했다.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에요."

그 순간 6개월간의 썸타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허탈함이 밀려왔다.

"그럼 내일부터는... 우리 사이에 제약이 없네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웃으며 명함을 건넸다. "새 연락처예요. 내일 저녁에 시간 있나요?"

명함을 받아든 내 손이 떨렸다. 그의 새 직함은 '자문위원'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나를 위해 대표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6개월간의 썸타기가 끝나는 순간, 우리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