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대표님: 거울 속 진실
그날 아침, 아내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회사 대표님 지갑을 주웠어." 난 커피잔을 들다 멈췄다. 대표님의 지갑이라니. 내 상사의 지갑을 아내가 왜?
대표님은 내가 5년째 모시는 인물이었다. 늘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그 사람을. 아내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표님 지갑인 줄 알았어?" 내 질문에 아내는 어깨를 으쓱했다. "카드에 이름이 있더라고. 박진호. 맞지?"
소름이 돋았다. 맞았다. 그런데 아내가 어떻게 주웠을까? 지갑을 받아든 순간, 그 가죽의 부드러운 촉감이 낯설지 않았다. 작년 크리스마스,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과 똑같은 모델이었다.
"어디서 주웠어?" 무심결에 물었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아내의 대답은 담담했다. 대표님이 왜 우리 아파트에? 그는 강남에 산다고 했는데.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회사에 갖다 줘. 사람들이 다 찾고 있을 거야."
회사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비서들이 부산했다. 대표님의 지갑을 찾는 중이라고. 내가 지갑을 내밀자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찾으셨어요?"
"아내가 우리 아파트에서 주웠대요."
비서의 표정이 굳었다. "아파트요?"
대표님 방으로 안내받았을 때,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지갑 가져왔다고?"
"네, 아내가 아파트에서 주웠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의 눈이 내 얼굴을 탐색했다.
"아내분이 주웠다고요?" 그의 목소리에 이상한 떨림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아내에게 전화했다. "대표님이 왜 우리 아파트에 있었을까?"
아내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글쎄... 어쩌면 누군가를 만나러 왔나봐."
그날 밤, 아내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박진호'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순간,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 아내의 늦은 귀가, 설명 못할 선물들, 갑작스러운 승진...
아내는 내 시선을 피했다. "오해야."
"정말?" 내가 물었다.
"당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 아내가 대답했다.
그날 이후로 세상은 달라졌다. 회사에서 마주치는 대표님의 눈빛은 이제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알고 있을까?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내는 여전히 집에 돌아오고,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제 알고 있다 - 때로는 주웠다는 지갑처럼, 실수로 떨어뜨린 진실이 우리가 애써 모른 척했던 모든 것을 드러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