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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짝사랑

내 아내의 짝사랑

아내의 서랍 속에서 누군가에게 쓴 편지를 발견한 건 그녀의 장례식 다음 날이었다. 편지는 봉인되지 않았고, 첫 줄은 "당신을 처음 본 그날부터 십 년이 흘렀습니다"로 시작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이제 막 9년을 채웠을 뿐이었으니까.

아내는 폐암으로 너무 빨리 떠났다. 담배 한 개비도 피우지 않았던 그녀가 왜 폐암에 걸렸는지, 의사들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난 행복했어, 정말로."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모호하게 들렸다.

내 손이 떨렸다. 노란 종이에 적힌 보랏빛 잉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바랬지만, 그녀의 단정한 필체는 선명했다. 거실의 창문 너머로 가을 햇살이 비치는 동안, 나는 천천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며, 나는 아내가 누군가에게 품었던 비밀스러운 감정이 담긴 문장들을 삼켰다.

"당신 옆에 있을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그런데도 당신은 모르죠. 아마 영원히 모를 거예요."

아내의 향수 냄새가 편지지에서 흘러나와 내 코끝을 스쳤다. 그녀가 특별한 날에만 뿌리던 라벤더 향. 아내는 누구를 그토록 사랑했던 걸까? 우리 결혼식 전부터 시작된 감정이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편지는 계속됐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어요. 그 선을 넘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 테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 마음을 편지에 담아 서랍 속에 넣어둡니다. 영원히 열리지 않을 서랍 속에요."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손가락이 종이 끝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췄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나를 얼어붙게 했다.

"사랑하는 나의 남편에게, 당신이 이 편지를 읽는다면, 나는 이미 세상에 없을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있어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는 대학 시절부터 당신을 짝사랑했어요. 3년 동안, 매일 같은 카페에서 당신을 바라보았지만, 용기가 없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죠. 그리고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했어요. 이것이 내 인생 최고의 연기였어요."

창문 너머로 낙엽이 하나 떨어졌다. 아내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단풍나무였다. 눈물이 종이 위로 떨어졌고, 글자가 번졌다. 아내의 짝사랑은 다름 아닌 나였다. 십 년 전부터 시작된 그녀의 짝사랑은 결국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그녀는 그 비밀을 끝까지 간직했다. 서랍을 더 뒤져보니 봉인된 또 다른 편지가 있었고, 봉투에는 "내가 떠난 1년 후에 열어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편지를 가슴에 품은 채, 창가에 서서 아내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생각했다. 11개월 후에 열어볼 편지 속에는 또 어떤 그녀의 비밀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