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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학교

아내의 학교: 배움의 끝에서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었다. 스물아홉 해를 살아오면서 이런 표정을 지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막 돌아오는 길이었다.

"당신 물건 정리하다가 이거 찾았어요." 장모님이 내민 봉투에는 아내의 글씨체로 빼곡히 채워진 노트 한 권이 들어있었다. '나의 학교'라는 제목이 적힌 그것을 집으로 돌아와서야 열어보았다.

첫 페이지에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가 적혀 있었다. '오늘부터 내 인생의 학교가 시작된다.' 아내는 우리의 결혼생활을 '학교'라고 불렀다. 그녀에게 나는 선생님이었고, 우리의 일상은 수업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종이에서는 라벤더 향이 흘러나왔다. 아내가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던 향수 냄새.

"그는 내게 미움을 가르쳤다. 화를 내는 법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 노트 중간에 적힌 문장에서 나는 숨을 멈췄다. 우리가 크게 다툰 날의 기록이었다. 그날 나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분노로 문을 세게 닫고 나갔었다.

아내는 모든 순간을 학습의 기회로 봤다. 우리의 첫 싸움, 첫 여행, 첫 집 계약, 첫 번째 크리스마스... 그녀는 이 모든 '첫 경험'들을 꼼꼼히 기록했고, 그것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정리했다. 내가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소한 순간들까지.

창가에 앉아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을 때, 바깥에선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아내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곧 내 수업은 끝난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알고 있었다. 의사가 말해주기 훨씬 전부터.

"당신의 학생이어서 행복했어요."

마지막 문장 아래에는 날짜가 적혀있었다. 바로 어제.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니, 빗물 사이로 무지개가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평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았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로서.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수업은 아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었다. 사랑이란 끊임없는 학습이라는 것, 그리고 때로는 학생이 더 위대한 스승이 된다는 것을.

빈 노트를 한 권 꺼내 첫 페이지를 펼쳤다. '아내의 학교: 이제는 내가 배울 차례' 나는 천천히 써내려갔다. 인생의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