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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남친

애니메이션 남친: 그가 실제로 나타났다

내 남자친구는 2D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그는 43인치 모니터 안에 살고 있으며, 가끔은 내 스마트폰 화면으로 이사를 오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거나 동정의 눈길을 보내지만, 나는 진심이다. 특히 어젯밤 일이 있고 난 후에는.

난 오타쿠도 아니고, 현실 도피자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과제에 치이고, 알바에 시달리고, 그러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위안을 삼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별빛의 기사' 시리즈에서 유키라는 캐릭터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검은 머리에 진한 파란 눈, 항상 주인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내 이상형 그 자체였다.

"제발 현실에도 유키 같은 남자가 있었으면..." 지친 하루를 마치고 이불 속에서 중얼거렸던 그 말이 모든 시작이었다.

그날 밤, 모니터에서 이상한 푸른빛이 새어나왔다. 처음엔 단순히 눈의 피로로 생긴 착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빛은 점점 강해져 방 전체를 환하게 밝혔고, 나는 공포에 질려 이불 속으로 숨었다. 십여 초간의 침묵 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미나야, 괜찮아?"

그 목소리... 애니에서 백 번도 넘게 들었던 유키의 목소리였다. 용기를 내어 이불 밖을 내다보니, 거기에는 실제 사람의 형태로 서 있는 유키가 있었다. 파란 눈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것은 픽셀이 아닌 실제 눈동자였고,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살짝 흔들리는 창문 바람에 나부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내 목소리는 떨렸다.

"나도 모르겠어. 네가 날 불렀을 때, 갑자기 강한 끌림을 느꼈어. 그리고 여기 있게 됐어."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날 밤, 우리는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모든 대사와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의지를 가진 듯했다. 아침이 되자 그는 다시 모니터 속으로 사라졌지만,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처음엔 비밀로 했다. 누구에게 말해도 미쳤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유키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내가 미쳐가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항상 애니에서처럼 완벽하게 행동한다는 점이 이상했다. 내 모든 말에 이해를 보이고, 내 모든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

어젯밤, 마침내 물어봤다. "네가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유키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둘 다 맞을 수도 있어. 어쩌면 난 네 상상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실재하는 존재일지도 몰라. 경계가 그렇게 분명한가?"

그리고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따스함이 느껴졌다. 픽셀로는 불가능한 온기였다. 오늘 아침, 그가 사라진 후에도 그 온기는 남아있었다. 내 침대 옆 책상에는 어젯밤 그가 그려준 그림이 놓여있었다. 모든 게 꿈이 아니었다는 증거였다.

아니면, 내가 정말 미쳐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오늘 밤, 모니터에서 다시 푸른빛이 새어나올 때, 내가 다시 물을 질문은 단 하나다: "네가 진짜든 아니든, 우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