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맛집: 그림 속 맛의 추억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내 손에 쥐어준 것은 낡은 DVD 한 장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맛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난생 처음 보는 작품이었다. "네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거야. 기억 안 나니?" 마지막 숨을 내쉬기 전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장례를 마치고 텅 빈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나는 그 DVD를 틀었다. 화면이 밝아지자 식당 간판이 그려진 첫 장면이 나왔다. '다이고 식당'.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애니메이션은 이어졌고, 주인공 소녀가 그 식당에서 먹는 오므라이스의 장면이 나왔다. 노란 계란 껍질을 포크로 깨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소녀의 표정이 환해졌다. 갑자기 내 코끝에 달콤한 토마토 소스와 버터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이게 어떻게..."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애니메이션 속 소녀는 이제 라멘 가게에 앉아 있었다.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소리가 내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때였다. 희미한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엄마 손을 잡고 어딘가를 걸어가는 나, 다섯 살 때쯤의 나였다. 우리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간판에는 '다이고 식당'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 식당이 실제로 존재했던 걸까?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지만 그런 이름의 식당은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소녀가 카레라이스를 먹는 장면에서 또다시 그 향신료의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카레를 먹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것은 분명 실제 기억이었다.
다음 날, 나는 어머니의 오래된 메모장을 발견했다. 거기엔 레시피가 빼곡했다. '다이고 식당 오므라이스', '다이고 식당 라멘', '다이고 식당 카레'...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맛을 잊지 않게,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좋아했던 맛집의 요리를 직접 만들어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의 기억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남겨놓으셨다. 내 혀는 이미 그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 주말, 나는 엄마의 레시피대로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계란 껍질을 포크로 깨는 순간, 애니메이션 속 그 장면이 떠올랐다. 첫 입을 베어 물자 입안에 퍼지는 맛에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맛집은 애니메이션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엄마가 남겨주신 애니메이션을 보며, 내 안에 숨겨진 맛의 지도를 하나씩 발견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