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공포: 태양이 웃는 날
그해 여름은 너무 뜨거워서 아스팔트가 녹았고, 사람들의 이성도 함께 녹아내렸다. 내 방의 에어컨이 고장 난 지 이틀째, 창문을 열어두었지만 들어오는 것은 오직 후텁지근한 습기와 매미 소리뿐이었다.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기 속에서 나는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창가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대신 누군가 창문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려 창문에 닿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아파트는 15층이었고, 창가에 닿을 만한 나무는 없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스크래치, 스크래치. 창문을 긁는 소리는 마치 누군가가 들어오려는 것처럼 집요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쳐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얼굴이 창문에 비치는 순간, 뒤에서 이상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나는 숨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창문을 바라보자 내 얼굴 위로 다른 얼굴이 겹쳐졌다. 그것은 내 얼굴과 비슷했지만, 무언가 다른 점이 있었다. 그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창문에 비친 그 얼굴은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심지어 내가 움직이지 않을 때도 그 얼굴은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봤지만, 내 표정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창문에 비친 얼굴만 웃고 있었다.
"네가 누구든, 원하는 게 뭐야?"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창문에 비친 얼굴이 입을 열었다. "너의 여름을 원해." 그 소리는 마치 뜨거운 바람처럼 내 귓가를 스쳤다.
갑자기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피부는 불타는 것 같았고, 눈에서는 땀이 아닌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창문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내 손가락 끝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창문에 반사된 내 모습은 이제 완전히 불타고 있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한여름 태양 아래 숨겨져 있던 진짜 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이웃들은 한밤중에 들린 비명 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상하게도 그날 밤 온도계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내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바닥에는 그을린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쓴 듯한 메시지가 있었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