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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대표님

여름, 대표님의 계절

그날 오후 세 시, 대표님이 에어컨을 꺼버렸다. 사무실의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가는 듯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여름 햇살이 컴퓨터 화면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셔츠는 등에 달라붙었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입니다. 모두 협조해주세요." 대표님의 메일이 전 직원에게 전송되었다. 7월의 무더위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사무실에 흐르는 불만의 목소리가 에어컨 바람처럼 차갑게 변했다.

나는 스태플러로 종이를 찍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여름이 특별히 더운 건지, 아니면 삼십대 중반의 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지 구분이 어려웠다. 손바닥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엑셀 시트에 집중하려 했다.

"김 과장님, 잠시 내 방으로 오세요." 대표님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동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대표님의 사무실로 향했다.

대표님의 방은 놀랍게도 서늘했다. 에어컨이 최대로 가동되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앉으세요, 김 과장." 말투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지만 입가에 미소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 잘 진행되고 있나요?" 그가 내 보고서를 가리켰다. "네, 다음 주까지 마무리될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내가 왜 에어컨을 끄라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대표님이 갑자기 물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답했다. "네, 궁금합니다. 한여름에..."

"이번 여름, 우리가 에너지 절약으로 아낀 비용을 모아서 직원 복지에 쓰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반응을 살폈다. "회사 옥상에 수영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영장이요?" 대표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이 여름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세 시간만 참으면 하루의 나머지는 시원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이 계획은 아직 비밀입니다만..."

그날 이후, 사무실의 분위기가 변했다. 한낮의 더위를 견디는 건 여전히 힘들었지만, 모두가 어딘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원함이 아니라 함께 더위를 이겨내는 연대감이었는지도 모른다.

8월 첫째 주, 회사 옥상에 푸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날, 대표님은 가장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여름 햇살 아래, 우리는 그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며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더위도, 업무 스트레스도 물속에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