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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학교

여름 학교: 그날의 열기

여름 학교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이 교실 바닥에 금빛 사각형을 그려낼 때,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눈동자가 실제로는 검은색이 아니라 아주 짙은 갈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칠판 앞에 선 김 선생님의 목소리는 35도를 웃도는 교실의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에어컨은 또 고장이었다. 천장의 낡은 선풍기만이 형식적으로 돌아가며 열기와 싸우는 척했다. 교실 맨 뒷자리, 단 한 명의 학생만 앉을 수 있는 그 자리에서 나는 땀에 젖은 공책 위로 시선을 떨궜다가, 다시 그녀의 뒷모습으로 눈길을 옮겼다.

민지는 항상 세 번째 줄 창가에 앉았다. 복숭아향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검은 머리카락, 반쯤 졸린 듯 게으르게 연필을 돌리는 가느다란 손가락. 여름 방학 보충수업이라는 형벌 같은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존재였다.

"오늘 방과 후에 도서관에 남을 사람?" 김 선생님의 질문에 민지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내 손도 올라갔다.

오후 네 시, 텅 빈 도서관은 학교 건물 중 유일하게 에어컨이 작동하는 곳이었다. 땀에 달라붙던 셔츠가 서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민지는 문학 섹션 앞에 서서 책등을 손가락으로 쓸고 있었다.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한 공간에서 나는 그저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너 왜 여름 학교에 남았어?" 갑자기 그녀가 물었다. 질문이 아니라 단지 침묵을 깨기 위한 말처럼 들렸다.

"수학 성적." 나는 짧게 대답했다. 사실이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가 웃었다. "나도. 근데 사실은 집에 가기 싫어서야."

그날 오후, 우리는 책장 사이에 숨어 각자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아버지가 매일 밤 술에 취해 돌아오는 것, 내 부모님이 이혼 서류에 사인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는 것. 에어컨의 찬 공기 속에서도 우리의 비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쏟아지는 장마비가 창문을 두드리던 여름 학교의 마지막 날, 민지는 전학 간다고 말했다. 멀리, 제주도로. 내게 마지막으로 건넨 쪽지에는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알지 못했으면 하는 진실이 있었으니까.

15년 후, 새로 부임한 학교의 교무실에서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제는 김민지 선생님이 된 그녀.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그해 여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내게 건넨 커피 한 잔에서 어렴풋이 복숭아향이 났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 어떤 열기는 에어컨으로도 식힐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