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공포: 알 수 없는 시선
민지의 문자가 도착했을 때, 나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오늘 저녁에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미안해." 대학 시절부터 가장 친한 여사친이었던 그녀는 두 달 전부터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약속 취소가 늘고, 통화는 짧아졌으며, 항상 밝던 목소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괜찮아. 다음에 보자." 짧게 답장을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방 안에 홀로 남겨진 나는 갑자기 민지의 최근 행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게 했다. 지난주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녀는 계속 창밖을 힐끗거렸고,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생겼다. "누군가 널 지켜보고 있어?"라는 농담에 그녀는 웃음 대신 창백해진 얼굴로 "어떻게 알았어?"라고 속삭였다.
충동적으로 나는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서랍 속에 그녀가 준 예비 열쇠가 아직 있었다. 밤 10시,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불은 꺼져 있었다. '정말 약속이 있었나?' 의심하며 열쇠를 문에 꽂았다.
어둠 속에서 민지의 아파트는 낯설게 느껴졌다. 스마트폰 불빛만으로 거실을 비추자, 벽에 붙어있는 수십 장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민지의 사진이었다. 출근길, 식사 중, 심지어 잠자는 모습까지... 사진 아래에는 날짜와 시간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방 안에서 민지의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소리를 따라가 문을 열었다.
화장실 바닥에 민지의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옆에는 "도망칠 수 없어"라고 쓰인 쪽지 한 장.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나는 얼어붙었다. 돌아보기도 전에 낯선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민지한테 문자 보낸 건 나야."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올 줄 알았어. 넌 항상 그녀를 신경 쓰니까."
순간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민지가 계속 말했던 그 시선,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그리고 내가 웃어넘겼던 그녀의 공포. 이제야 이해했다. 여사친의 공포는 근거 없는 망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공포가 나의 현실이 되었다. 그녀가 나를 지키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녀를 구해야 했던 것인지... 깨닫기엔 너무 늦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