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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남친

여사친의 남친: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

그녀가 내 남자친구의 셔츠 단추를 고쳐주는 순간, 나는 내가 본 적 없는 나를 보았다. 은지는 늘 그랬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심지어 우아하게 해내는 여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6년째 내 '여사친'이라 불리는 은지와 3개월 전부터 사귀기 시작한 민준 사이에서, 나는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마워, 은지야. 진짜 센스 있다니까." 민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따스함은 나에게 건넨 말투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치즈케이크처럼 부드러운 그 목소리가, 어쩐지 내 귓가에서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느껴졌다.

"별거 아니야, 이 정도쯤이야." 은지가 무심한 듯 대답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그 무심함과는 달랐다. 나는 그 눈빛을 너무 잘 알았다. 대학 시절 그녀가 나의 전 남자친구를 바라볼 때의 그 눈빛과 똑같았으니까.

카페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미 얼음이 다 녹아 연한 갈색 물이 되어버렸다. 내 마음도 그런 것 같았다. 단단했던 무언가가 서서히 녹아내려,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느낌. 민준의 셔츠에 묻은 토마토 소스를 지우려다 단추가 떨어진 것도, 은지의 가방에 마침 바느질 세트가 있던 것도, 모든 것이 완벽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여기 케이크 좀 더 시킬까? 서연이 너 티라미수 좋아하잖아." 민준이 물었지만, 내 입맛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괜찮아.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내가 말했다.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아차리고도 모른 척했는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오자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냥 걸었다. 차가운 빗방울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이 눈물인지 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은지였다. "서연아, 괜찮아? 갑자기 가서..."

역시 그녀다웠다. 항상 먼저 챙겨주고, 먼저 다가오고, 그러면서도 먼저 가져가는 사람. 내 여사친이자, 아마도 곧 내 남친의 여자가 될 사람.

"응, 괜찮아. 그냥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거짓말이 쉽게 흘러나왔다.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참, 민준이 너 걱정하더라." 은지의 목소리에 담긴 미세한 승리감이 내 귀에 꽂혔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민준이었다. '갑자기 가서 놀랐어. 다음엔 셋이 영화 보러 가자. 은지가 좋은 영화 추천해 줬어.'

나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가진 것은 하나의 여사친과 하나의 남친이 아니라, 두 개의 거울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들 사이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거울들을 깰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