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남친: 거리두기의 함정
그녀가 내 메시지를 읽고도 세 시간 동안 답장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미 우리의 끝을 예감했다. 핸드폰 화면의 파란 불빛이 어두운 방을 간헐적으로 비추는 가운데, 나는 그녀와의 마지막 데이트를 떠올렸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건넨 그녀의 말—"우리,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어때?"—가 귓가에 맴돌았다.
"거리두기." 스물여섯 살의 연애에서 이 단어는 마침표와 다름없었다. 세 달 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그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유나는 웃을 때마다 눈가에 생기는 주름이 사랑스러웠고, 내가 말할 때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듣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두 번의 데이트 만에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늘 만날 수 있어? 할 얘기가 있어."
겨울바람이 얼굴을 할퀴는 한강공원에서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말없이 걷던 유나가 갑자기 멈춰 섰다.
"민수야, 미안해. 어제 네가 보낸 메시지... 답장할 수 없었어."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사실... 나 김도현이랑 만나고 있어."
김도현. 그녀의 전 남자친구. 내가 그녀를 만나기 두 달 전에 헤어졌다던.
"거리두기 얘기할 때부터 만나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게..."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어이없는 상황에 나온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알았어. 이제 알겠어. 나는 너의 '거리두기'였던 거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에는 그녀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정말 미안해. 도현이와 완전히 끝난 줄 알았어.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내 마음이 흔들렸어.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 이별의 단어들 중 가장 잔인한 말이었다.
일주일 후, 나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그들을 마주쳤다. 유나의 웃음소리가 문을 열기도 전에 들려왔다. 그녀의 눈가 주름과 살짝 기울어진 고개. 모두 도현을 향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던 그녀의 모든 것은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단지 그 대상이 나는 아니었을 뿐.
카페를 나서며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나는 김도현과의 '거리두기'였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가끔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의 진실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거리를 메우려는 의지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