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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짝사랑

여친의 짝사랑: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

민수가 내게 여자친구를 소개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윤서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학 4년 내내 짝사랑했던 그녀가,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라니. 윤서의 눈에 스며든 당혹감은 단 0.5초였지만, 나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오빠 친구였어요? 세상 진짜 좁네요." 윤서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향수 냄새는 여전히 달콤한 바닐라 향이었다. 내 심장을 후벼팠던 그 향기.

커피숍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민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어? 너희 아는 사이였어?"

윤서가 대답했다. "같은 수업 들었던 것 같아요. 맞죠, 선배?"

같은 수업? 우리는 2년 동안 같은 학회에서 밤새 토론했고, 함께 MT에 갔으며, 내가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나는 그저 '같은 수업 들었던' 사람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응, 맞아." 내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민수가 곧바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윤서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표면의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동안, 나는 내 감정도 함께 녹이려 애썼다.

윤서는 민수의 팔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 손길은 한 번도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온기였다. 민수가 화장실에 간 사이, 불편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메웠다.

"사실..." 윤서가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알아봤어요. 그냥 민수 오빠 앞에서 어색하게 굴고 싶지 않아서요."

내 심장이 멈췄다.

"학회에서... 선배가 저 좋아했던 거, 알고 있었어요."

얼음이 든 커피잔을 쥔 내 손에 땀이 배어났다.

"근데 그때는 제가... 다른 사람 좋아해서." 윤서의 눈이 흔들렸다. "민수 오빠가 제 첫사랑은 아니에요."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민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윤서는 재빨리 표정을 바꾸고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앞으로 잘 지내자."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날 밤, 집으로 걸어가며 문득 깨달았다. 사랑은 빛과 같아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도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내 빛이 윤서에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른 별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빛이 내게 도착했을 때, 나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주에서는 모든 짝사랑이 결국 누군가에게 도달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