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학교: 내가 입학한 그곳
그녀는 내 앞에 앉아 있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교실, 그녀의 책상, 그녀의 일과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 여친의 학교에 입학한 지 3주째, 나는 매일 아침 버스에서 내려 숨을 고르며 교문을 통과했다.
"민준아, 오늘도 일찍 왔네." 교문 앞 경비실의 박 선생님이 익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나는 그저 성실한 전학생일 뿐이었다.
교실 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 손잡이의 감촉, 복도에 울려 퍼지는 내 구두 소리, 그리고 유리창에 반사된 낯선 교복을 입은 내 모습까지. 모든 것이 여전히 어색했다. 책상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나무 표면에 새겨진 작은 낙서들을 만졌다. '지은 ♡ 2-1'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지은이. 내 전 여자친구. 그녀가 이 학교를 떠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갑작스러운 전학 소식과 함께 그녀는 연락을 끊었다. 어떤 인사도, 작별의 메시지도 없이. 단지 SNS에 올라온 낯선 교복을 입은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해 이 학교로 전학 왔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학생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김지은이요? 그런 학생은 우리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데요."
주변 친구들에게 그녀의 사진을 보여줬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도서관 컴퓨터로 학생 명단을 몰래 검색해봤지만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내 손바닥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었고, 등골에 한기가 느껴졌다.
오늘, 점심시간에 나는 교무실 옆 상담실에서 우연히 그녀의 사진을 발견했다. '모범학생상 - 이지원'. 내 여자친구의 얼굴이었지만, 이름은 달랐다. 숨이 막혔다.
"그 아이에 대해 관심이 있나 보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다. 김 선생님이었다. "이지원이는 작년에 전학 갔어. 안타깝게도... 아, 자네가 새로 온 전학생이구나. 혹시 지원이를 알고 있었나?"
"아니요, 그냥..." 내 목소리가 떨렸다.
오후 수업 시간, 나는 그녀의 책상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봤다.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 중인 반 아이들이 보였다. 내 손이 저절로 책상 서랍으로 향했다. 열어보니 오래된 노트 한 권이 있었다.
'날 찾았구나, 민준아'. 첫 페이지에 적힌 글씨를 보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노트를 넘기자 다른 학교들의 이름과 날짜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낯선 학교 이름과 함께 내일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 '이번엔 어떤 이름으로 날 찾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