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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영상

여행의 영상: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아버지의 유품함에서 발견한 낡은 8mm 카메라는 내가 알지 못했던 과거의 문을 열었다. 버튼 하나로 시작된 이 여정이 내 삶을 완전히 뒤바꿀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날 밤, 습기 찬 지하실에서 오래된 필름을 현상기에 걸었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는 마치 시간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녹슨 금속 냄새와 화학약품 특유의 날카로운 향이 공기 중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면에 비친 것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 부모님의 신혼여행 영상이었다.

젊은 아버지가 카메라를 들고 어머니를 비추고 있었다.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웃고 있는 어머니는 내가 알던 분이 아니었다. 병마와 투병하며 보낸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항상 창백하고 지쳐있었지만, 영상 속 그녀는 생기 넘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다음은 에펠탑이야. 우리 딸에게 보여주고 싶어." 영상 속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숨을 멈췄다. 딸? 우리 가족에는 내가, 아들인 내가 유일한 자녀였다.

영상은 계속되었다. 파리, 베니스, 바르셀로나...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로마의 트레비 분수대 앞. 어머니가 배를 감싸 안은 채 미소 짓고 있었다. "우리 소율이가 여기 있어요. 언젠가 너도 이 영상을 보게 될 테니, 엄마가 얼마나 널 사랑했는지 기억해줘."

소율. 내 이름은 민준이다. 소율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다음 날, 아버지를 찾아갔다. 요양원 창가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계신 아버지께 영상에 대해 물었다. 잠시 침묵 후, 그의 주름진 손이 떨렸다.

"네 쌍둥이 누나야. 소율이는... 출산 중 네 어머니와 함께 떠났단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어머니가 항상 두 개씩 사 오셨던 생일 케이크, 이유 없이 우울해하시던 매년 내 생일, 그리고 아버지가 여행을 극도로 꺼리셨던 이유까지.

한 달 후, 나는 부모님의 여행 경로를 따라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 파리의 에펠탑, 베니스의 곤돌라, 그리고 마침내 로마의 트레비 분수대까지. 각 장소마다 같은 구도로 영상을 찍었다. 소율이 보았어야 할 세상을 내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 트레비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눈을 떴을 때, 잠시 옆에 누군가가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바람이 불었고, 나는 확신했다 - 우리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