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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학교

학교로의 여행: 그곳에서 나를 만나다

교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먼지 낀 햇살이 나의 낡은 책상을 비출 때, 나는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떠나온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30년 전 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있는데, 이상하게도 손에는 어른의 주름이 그대로였다.

책상에 새겨진 내 이름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본다. '김민수, 3학년 2반'. 나무 결에 칼집으로 새겨 넣었던 그 글자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선명하게 남아있다. 분필 가루 섞인 공기는 여전히 코끝을 간지럽히고,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내 기억 속 음색과 똑같았다.

"민수야, 수업 시작한다. 또 멍 때리고 있네."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정우. 내 첫사랑이자 고등학교 졸업식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였다. 살아 숨쉬며 웃고 있었다. 내 심장이 멈춘 듯했다.

"어... 그래," 목이 메여 간신히 대답했다. "이게 꿈인가?"

"무슨 소리야? 너 어제 밤에 안 잤어? 얼굴이 좀 늙어 보이네."

칠판 앞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내 기억 속 수학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분은 이미 10년 전에 돌아가셨다. 선생님은 '진로 탐색'이라고 칠판에 쓰셨다.

"여러분, 오늘은 시간여행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인생이라는 여행 중에 자신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적어보세요."

창백해진 손으로 펜을 쥐었다.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정우에게 사고를 당하지 말라고 경고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실패한 사업을 시작하지 말아야 할까? 혹은 지금의 아내를 더 일찍 만났더라면?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우가 내 종이를 슬쩍 보더니 웃었다. "너 참 이상한 놈이야. 그냥 현재를 살면 되잖아."

그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내 인생의 모든 실패와 성공, 슬픔과 기쁨은 전부 의미가 있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여행 그 자체였다. 이 특별한 시공간의 방문은 단지 과거를 변경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종이에 한 줄만 적었다. "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그 모든 길을 걸어왔다."

벨소리가 울리고 교실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우의 모습도, 선생님의 목소리도, 분필 냄새도 옅어져 갔다. 마지막으로 정우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 "고마워, 그리고... 조심해."

눈을 떴을 때, 나는 집 서재에 있었다. 책상 위에는 동창회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 30년 만의 모교 방문. 창가로 보이는 가을 하늘은 그때와 똑같이 맑았다. 나는 가방을 들고 문을 열었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