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영상: 마지막 송고
화면이 깜박이는 순간, 나는 죽은 내 모습을 보았다. 푸른빛 모니터 앞에 고개를 떨군 채 움직임 없는 내 몸,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들. 영상은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인기 유튜버 김지훈, 42시간 연속 편집 중 사망"이라는 헤드라인이 내일 뜰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완성되지 않은 영상과 반쯤 먹다 만 감자 스낵 봉지뿐이다. 마감까지 4시간. 눈앞이 아찔하게 흐려진다.
나의 시작은 단순했다. 과자를 먹으며 게임하는 평범한 콘텐츠. 그러나 채널이 성장할수록 욕심이 커졌다. 더 화려한 편집, 더 자극적인 내용, 더 긴 노동 시간. 구독자 100만 달성 기념 영상은 내 인생을 걸어야 했다.
책상 위에서 과자 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파고든다. 형광색 포장지는 스튜디오 조명 아래 기괴하게 빛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런 과자들과 함께 보냈을까. 입안에서 짠맛과 단맛이 뒤섞이고, 혀끝은 이미 무감각해진 지 오래다.
모니터에는 내가 웃으며 과자를 먹는 장면이 반복된다. 편집 창의 타임라인은 마치 내 인생의 심전도처럼 들쭉날쭉하다. 클릭 한 번, 드래그 한 번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내 인생의 시간을 0.1초 단위로 자르고 붙이는 작업. 이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이었을까.
스마트폰 알림이 울린다. 또 다른 경쟁자가 비슷한 콘셉트의 영상을 올렸다는 소식. 시청자들은 이미 새로운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의 기억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짧다.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곧 잊혀진다.
창밖은 어느새 새벽이다. 얼마나 많은 일출과 일몰을 이 작은 방에서 놓쳐왔을까. 손가락은 기계적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오간다. 내 삶은 언제부터 이렇게 픽셀과 바이트로 압축되어 버렸을까.
마지막 남은 과자 한 조각을 집어든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인생이라는 영상에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편집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타인의 기대라는 필터를 통해 내 삶을 계속해서 편집하고 있었다는 것을.
결국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기로 했다. 창을 닫자 모니터는 내 얼굴을 반사한다. 오랜만에 보는 편집되지 않은 날것의 내 모습. 손을 뻗어 컴퓨터 전원을 끈다. 어둠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렸다.
내일의 영상은 없다. 대신 편집되지 않은 실제 인생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