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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대표님

영상 속 대표님: 가상과 현실 사이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내가 아니었다. 스크린에서 반사된 대표님의 얼굴과 포개져 있었다. 수십 번 편집한 영상 속 대표님은 완벽했다. 반면 몇 시간째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나는 지쳐 있었다.

"이 부분에서 대표님의 표정이 좀 더 진중했으면 좋겠어요." 마케팅팀 김 과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회사 창립 10주년 기념 영상이 3일 후에 공개되는데, 아직도 수정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님의 연설 중 '성공'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의 미소가 충분히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모니터 속 대표님은 항상 완벽했다. 마치 조명이 그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카메라가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클릭 몇 번으로 대표님의 표정은 더 진중해지고, 목소리는 더 깊어졌다.

"민지 씨, 혹시 영상 다 됐어?"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대표님이었다. 영상 속에서는 늘 완벽한 슈트 차림이었지만, 지금 그는 구겨진 셔츠에 넥타이도 풀린 채였다. 모니터 속 대표님의 당당한 눈빛과 달리, 실제 그의 눈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다.

"아, 네... 거의 다 됐습니다. 마지막 수정 중이에요." 나는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대표님은 내 모니터로 다가와 영상을 보다가 멈칫했다. "내가 저렇게 말했나?" 그의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묻어 있었다.

"마케팅팀에서 요청한 수정사항이에요. 대표님의 메시지가 더 강력하게 전달되길 원하셔서..."

대표님은 잠시 침묵했다. "민지 씨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 그의 질문은 단순한 물음이 아니라, 어떤 책임감을 담고 있었다.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영상 속 대표님은 완벽했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의 이상적인 상상이 투영된 것 같았다. "아니요," 내가 조용히 말했다. "저는 대표님이 실제로 하신 연설이 더 진정성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영상 속 완벽하게 계산된 미소가 아니라, 피곤함 속에서도 진실된 안도감을 담은 미소였다. "원본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자 원본 영상이 화면에 나타났다. 덜 완벽하지만, 더 진실된 대표님의 모습이었다.

"이게 나야," 대표님이 말했다. "완벽해 보이는 가짜보다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겠지."

그날 밤, 나는 모든 편집된 영상들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과 대표님의 얼굴은 더 이상 겹쳐지지 않았다. 각자 자신만의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