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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생존

영상 속 생존: 마지막 프레임까지

고급 카메라의 셔터가 내 현실을 끊어냈다.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내가 지금 바라보는 모니터 속 영상은 그 자체로 거짓이었다. 나의 죽음을 담고 있으니까.

"김태우 씨, 이 영상이 어떻게 당신 핸드폰에 들어왔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주시겠어요?" 형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의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했다. 모니터 속 영상에서 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추락한다. 영상은 거기서 끝난다.

"말씀드렸잖아요. 모르겠다고요. 어제 밤 자기 전에 충전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갤러리에 이 영상이 있었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저는 살아있습니다. 이건 조작된 영상이에요."

형사는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이 영상이 찍힌 장소가 실존한다는 겁니다. 강원도 태백의 절벽인데, 어제 오후에 CCTV에 당신이 그 근처에 있는 모습이 찍혔어요."

차가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나는 어제 서울에서 집에만 있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누군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예요. 이건 딥페이크거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사의 전화가 울렸다.

형사가 전화를 받고 얼굴색이 변했다. "태백에서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신원확인이 필요하니 같이 가보시죠."

차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그 영상을 돌려봤다. 마지막 순간, 내가 추락하기 직전 화면 구석에 흐릿하게 비친 그림자. 확대해보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나의 모습.

"잠깐만요." 내가 핸드폰을 형사에게 건넸다. "여기 보세요. 저 그림자. 동일한 사람이 두 명 있어요."

형사가 영상을 유심히 살폈다. "복제인간이라도 있다는 겁니까?"

"아니요." 갑자기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평행우주예요. 과학자들이 이론적으로만 존재한다고 했던..."

태백에 도착했을 때, 경찰들이 이미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절벽 아래서 발견된 시신은 정확히 나와 같은 얼굴,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DNA 검사 결과도 일치했다. 그러나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한 달 후, 나는 그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다. 양자물리학자들과 협력하여 알아낸 결과, 특정 조건에서 평행우주 간의 일시적 통로가 열릴 수 있다는 이론이 증명됐다. 내가 본 영상은 다른 우주에서 죽은 '나'의 마지막 순간이었고, 그 영상이 우주 간 파동을 타고 내 핸드폰으로 전송된 것이었다.

오늘 아침, 또 하나의 영상이 내 핸드폰에 도착했다. 이번엔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모습이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미소 지었다. 이제 나는 안다. 이 영상들이 내게 주어진 경고이자 선물임을. 다른 우주의 나는 죽었지만, 그 영상 덕분에 나는 생존할 수 있다. 오늘 예정되어 있던 외출을 취소하고, 나는 다음 영상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