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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여름

여름의 영상: 기억의 프레임

그 영상을 처음 본 것은 폭염이 절정에 달한 여름날이었다. 아버지의 오래된 캠코더에서 발견한 테이프 한 개, 거기엔 '1998년 여름'이라고 적힌 레이블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화면이 켜지자 좁은 원룸에 푸른빛이 번졌다. 영상 속 해변은 햇살에 반짝이고, 파도 소리와 웃음소리가 오래된 스피커를 통해 갈라진 채 흘러나왔다. 20년 전 여름, 내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의 마지막 휴가였다. 영상 속에서 엄마는 아직 젊었고, 아버지는 카메라 뒤에서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이리 와봐, 좀 더 가까이." 엄마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가 사라졌다가, 그렇게 파도처럼 들락날락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에어컨은 고장 난 지 사흘째였고, 창문을 열면 더운 공기만 밀려들어왔다. 그런데도 나는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38분 12초 지점, 엄마가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달려와 렌즈에 키스하는 장면에서. 그 순간 영상은 흔들리고,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영상은 계속되었다. 해변가 카페, 노을이 지는 바다, 작은 항구마을의 시장. 그리고 54분 37초, 엄마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 아버지는 카메라를 내리지 않았다. 그저 영상에 담았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오직 엄마의 흔들리는 입술만 화면에 남았다.

"테이프가 얼마나 남았어?" 영상 속 엄마의 목소리가 선명했다.

"충분해. 평생 기록할 수 있을 만큼." 아버지의 대답이 들렸다.

그러나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그 다음 해 가을,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다시는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매미 울음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에어컨이 없는 방은 영상 속 해변보다 더 뜨거웠지만, 나는 이상하게 오한이 들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여름, 내가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그저 낡은 테이프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다음 날, 나는 고장 난 에어컨 대신 새 캠코더를 샀다. 창문을 열고, 뜨거운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 길가의 매미 소리, 이웃집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녹화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어제와 같은 여름이었지만, 완전히 다른 영상이 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언젠가 이 여름을 그리워할 것처럼, 마치 이 순간들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이 될 것처럼.

테이프가 끝나기 직전, 나는 카메라를 내 얼굴로 돌려 속삭였다. "충분해. 평생 기억할 수 있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