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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판타지

판타지 영상: 1만 번째 재생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 방의 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만 번째 재생. 그 숫자가 화면 한켠에서 깜빡였다. 유튜브에 올린 내 여행 영상이 1만 뷰를 돌파한 기념으로 혼자 보는 영상이었는데, 갑자기 내 모니터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환영합니다, 1만 번째 재생의 주인공." 목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스쳤고, 코끝에는 소나무 향이 가득했다. 손에는 아까까지 들고 있던 마우스 대신 거친 나무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한 달 전 여행지에서 촬영했던 그 산맥이었다. 그러나 뭔가 달랐다. 저 멀리 날아다니는 것은 새가 아니라 작은 용들이었고, 산기슭에는 내가 찍었던 폭포 대신 무지개 빛깔의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신의 영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1만 번의 시선이 모여 이 세계를 만들었고, 당신은 이제 창조자입니다."

갑자기 내 지팡이 끝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것을 향해 휘두르자 하늘에 금빛 글씨가 그려졌다. '판타지 세계 제작 도구 1.0 버전'. 마치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 같았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메뉴가 펼쳐졌다. 날씨 변경, 생물 추가, 지형 편집...

"이건... 내가 만든 세계인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카메라가 담지 못한 것들, 당신이 상상했던 것들이 여기 모두 실현되었습니다. 1만 명의 시청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져서요."

조심스럽게 '생물 추가'를 선택했다.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 하늘에 날개 달린 고양이의 형상을 그렸다. 순간 내 앞에 실제로 그 생명체가 나타났다. 푹신한 털과 반짝이는 눈동자. 영상 속에서 내가 잠시 스치듯 상상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얼마나 머물 수 있나요?" 내가 물었다.

"그건 당신의 창의력에 달렸습니다. 이 세계는 당신이 영상에 담고 싶었던 모든 것의 집합체니까요. 하지만 경고합니다. 2만 뷰가 넘어가면 이 세계는 당신의 통제를 벗어나게 됩니다. 다른 시청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질수록, 당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할 테니까요."

나는 망설였다. 내 영상은 지금도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 영상을 삭제해야 할까? 아니면 이 마법 같은 세계의 창조자로 남을까?

풍경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내가 카메라에 담지 못했던 황홀한 색채로 물들었다. 멀리서 보이는 산맥의 실루엣이 마치 거대한 잠자는 용의 형상 같았다. 지팡이를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저장하기' 버튼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현실로 내보내기'.

손가락이 공중에 멈춰 있는 동안, 내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영상이 15,000회 재생을 돌파했습니다." 숲 속 어딘가에서 처음 보는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