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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호텔

호텔 영상의 그림자

호텔 CCTV에 내 얼굴이 찍히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30층 그랜드 호텔의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17분. 약속 시간까지 43분 남았다. 대리석 바닥에 반사된 샹들리에의 불빛이 내 구두 끝에서 반짝였다.

"511호실 손님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검은 제복을 입은 직원이 나에게 봉투를 건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봉투를 받아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열어보니 작은 USB와 메모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당신이 찾던 영상입니다. 조심하세요."

511호실은 내가 예약한 적 없는 방이었다. 5층 복도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카펫의 푹신한 감촉이 발소리를 완벽히 삼켰다. 방 키는 봉투 안에 함께 있었다. 문을 열자 커튼이 쳐진 어둠 속에서 노트북 화면만이 파란빛을 내뿜고 있었다.

USB를 꽂자 자동으로 영상이 재생되었다. 1년 전 이 호텔에서 찍힌 CCTV 영상이었다. 화면 속에서 나는 같은 로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기억에 없는 장면이었다. 영상 속 나는 16층에서 내려 복도를 걸어갔고, 1603호 앞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방에 들어갔다. 그 후 영상에서 내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호텔 시스템에 접속된 노트북은 이전 투숙객 명단을 보여주었다. 1년 전 1603호에 묵었던 사람은 김도윤, 현재 실종 상태.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이 호텔이었다.

갑자기 방 전화기가 울렸다. 두려움에 떨며 수화기를 들었다.

"511호 손님. 서비스는 만족하십니까?" 로비에서 봉투를 건넨 직원의 목소리였다.

"이게 무슨 의미죠? 저는 이 영상에 찍힌 적이 없어요."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요.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 호텔에서 사라졌고, 지금 이 순간도 사실은 여기 없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당황한 나는 창문으로 달려가 커튼을 젖혔다. 바깥은 어둠뿐이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17분. 시간이 멈춰 있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복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어둠만이 있었다.

CCTV 영상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을 오가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지만, 이제 영상 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자가 되었다. 그리고 당신이 이 호텔 로비에 들어선다면, 검은 제복을 입은 직원이 다가와 말할 것이다. "511호실 손님을 위한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