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영상: 내면의 창문
"클릭 한 번으로 당신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화면 속 AI는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케팅 담당자인 나는 이 광고 문구에 대해 고민하다 무의식적으로 'MBTI 영상 분석기'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요즘 가장 핫한 앱이었다. 1분간 자신을 촬영하면 AI가 표정, 목소리, 미세한 눈동자 움직임까지 분석해 '진짜 MBTI'를 알려준다는 것. 기존의 주관적 설문조사가 아닌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내 담당 프로젝트였지만, 나는 사실 이런 유행에 회의적이었다.
적색 불빛이 깜박이고, 카메라 앞에서 1분이 흘렀다. 화면이 전환되며 로딩 애니메이션이 돌아갔다. "당신의 진짜 MBTI는... ISFP입니다." 화면에 결과가 떴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ENTJ라고 늘 답해왔던 내게 정반대의 결과였다.
"오류군." 중얼거리며 다시 시도했다. 같은 결과. 세 번째도, 네 번째도. 얼굴을 찡그리고, 웃고, 심지어 거짓말을 하며 연기해도 결과는 변함없었다. ISFP. '모험가형'이라 불리는, 내가 항상 경멸했던 유형. 감정적이고, 계획 없이 살아가는, 내가 아닌 사람.
사무실로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하려는데, 머릿속에서 앱의 결과가 지워지지 않았다. "말도 안 돼," 키보드를 내려치며 중얼거렸다. 그때 책상 위 어머니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내게 남긴 마지막 말씀이 떠올랐다.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언젠가는 찾길 바란다."
창밖을 바라보니 회색 빌딩 사이로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풍경을 무시해왔을까. 서랍을 열어 오래전 접어둔 스케치북을 꺼냈다. 대학 시절, 풍경화를 그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자유로웠고, 감정에 솔직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잠시 망설이다 MBTI 앱을 삭제하려던 순간, 알림이 떴다. "분석 심층 보고서가 준비되었습니다." 호기심에 클릭했다. 화면에 내 얼굴 영상이 재생되었고, AI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15년간 억눌러왔습니다. 표정의 미세한 떨림, 시선의 방향, 음성의 떨림에서 감지됩니다."
손이 떨렸다. 마케팅 보고서는 미완성인 채로 두고, 나는 오래된 카메라를 꺼냈다. 렌즈를 통해 석양을 바라보니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내일의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변명을 할지 생각하다가 문득 미소가 번졌다.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새로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가면도 쓰지 않기로 했다. 때로는 1분짜리 영상이 16가지 성격 유형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