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로맨스: 그림자 너머의 사랑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 순간, 내 그림자가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손을 뻗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착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부터 내 그림자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카페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의 검은 실루엣은 내가 커피잔을 들 때 책을 집어 들었고, 내가 창밖을 바라볼 때 다른 손님을 응시했다. 그러나 가장 이상한 점은, 아무도 이 현상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그날 저녁, 카페를 나서려는 순간 건너편에서 우산을 든 여자가 걸어왔다. 그녀의 그림자 역시 그녀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에 담긴 공포와, 그 뒤에 숨은 희미한 호기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당신도 보이나요?" 빗소리에 묻힐 듯한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나는 내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 순간 내 그림자는 그녀의 그림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의 그림자는 그 손을 잡았다. 우리의 실체는 서로 2미터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우리의 그림자는 이미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이게 시작된 지 얼마나 됐어요?" 카페로 다시 들어가며 그녀가 물었다.
"일주일 정도요. 당신은?"
"한 달이요."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처음엔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자가 다른 세계와 연결된 통로라는 옛 오컬트 문헌을 발견하기 전까지는요."
테이블 아래, 우리의 그림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몸짓에서 오랜 연인 같은 친숙함이 느껴졌다. 내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내 그림자는 그녀의 그림자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그녀가 웃을 때마다 그녀의 그림자는 내 그림자에게 몸을 기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삶에서, 그들은 우리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그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거고요."
그날 밤, 우리는 비가 그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때, 우리의 몸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우리의 그림자들은 떨어지기를 거부했다. 마치 수천 년을 기다려온 재회를 놓치기 싫다는 듯이. 결국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사랑이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그림자가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림자 너머의 세계에서는 이미 우리의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써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