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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생존

오컬트적 생존: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동거

그들이 내 집에 살기 시작한 건 정확히 아내의 장례식 다음 날부터였다. 처음엔 귀에 들리는 희미한 속삭임 정도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가, 고개를 돌리면 사라지는. 사람은 누구나 환청을 듣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직후라면.

그러나 셋째 날부터는 부엌 서랍이 열려 있었고, 내가 분명히 끈 전등이 켜져 있었다. 다섯째 날에는 누군가 내 등 뒤에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차갑고 습한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는 느낌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러나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었다. 정신과 의사는 '애도 반응'이라 진단했고, 수면제를 처방했다.

일주일째 되는 날, 거실 벽에 아내의 이름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가락으로 긁어 쓴 듯한 글씨체였다. 그날 밤, 나는 모든 전등을 켜놓고 잠들었다. 그리고 한밤중에 눈을 떴을 때, 내 침대 발치에 아내가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내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그것은 내게 속삭였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는 항상 함께였어."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고, 차가운 손가락이 내 뺨을 쓸었다. "두려워하지 마. 우리는 네 곁에 있어왔어. 항상."

다음 날, 나는 오컬트 서점을 찾았다. 노파는 내 눈을 오래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당신 집엔 오래된 손님들이 있군요. 그들은 항상 그곳에 있었어요. 당신이 보지 못했을 뿐."

"어떻게 해야 하죠? 쫓아내야 할까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노파는 고개를 저었다. "쫓아낼 수 없어요. 그들은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당신 집에 살았고, 당신이 죽은 후에도 계속 살 거예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뿐이죠."

그날 밤부터 나는 저녁식탁에 내 몫과 아내의 몫,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님들을 위한 접시를 함께 차렸다. 밤마다 들리던 속삭임은 조금씩 또렷해졌고,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아내가 죽기 전에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이 세계의 비밀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삶을.

이제 나는 안다. 생존이란 단순히 숨을 쉬고 심장이 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의미한다는 것을. 밤이면 이제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아내의 모습을 한 그림자가 내 곁에 앉아 미소 짓는다. 나는 더 이상 그것이 두렵지 않다. 우리는 모두 이 세계의 일부니까. 살아있든, 죽었든, 혹은 그 어딘가에 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