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셰어하우스의 재밌는 규칙들
아무도 침실 문을 세 번 이상 두드리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안에서 나는 소리라면 더욱 그렇다. 이건 우리 셰어하우스의 첫 번째 규칙이다.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지만, 3층 복도 끝방에 살던 준혁이 사라진 날 밤부터 우리는 규칙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지 일주일째 되던 날, 나는 방바닥에 소금 원을 그리며 피식 웃었다. 대학 근처 월세 반값에 들어온 이 낡은 빅토리안 양식 주택에서 룸메이트들이 만든 '규칙 목록'은 놀라울 정도로 특이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장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밤중에 내 침대 위로 천장이 울리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 규칙은 그저 재미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규칙 17: 욕실 거울에 김이 서리면 절대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지 마세요. 특히 이름은 더더욱."
거실 벽에 붙어있는 목록은 매주 하나씩 늘어났다. 재미있게도 이 모든 규칙들은 이유가 있었다. 월요일마다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매달 보름날 옥상에 나타나는 발자국들, 그리고 냉장고 속 우유가 가끔 검은색으로 변하는 현상까지. 이 집은 오래된 비밀을 품고 있었고, 우리는 그저 그 공간을 빌려 쓰는 세입자에 불과했다.
"규칙 23: 밤 11시 11분에 울리는 초인종은 무시하세요. 아무리 계속 울려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어느 날 밤, 민지가 그 규칙을 어겼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다음 날 아침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는 그날 밤 민지가 아닌 '무언가'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두 번의 보름달이 지난 뒤, 민지는 예전처럼 돌아왔고 우리는 새로운 규칙을 추가했다.
"규칙 29: 누군가 자신이 원래 그 사람이 아니라고 고백하면, 그냥 받아들이세요. 질문하지 마세요."
가장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초자연적 현상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시험 공부, 취업 준비, 연애 문제까지. 가끔은 천장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보다 내일 마감인 레포트가 더 무서웠다. 어느새 우리는 규칙을 완벽히 숙지했고, 오히려 이 기묘한 집의 특별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규칙 36: 매달 넷째 주 금요일 밤에는 다 같이 피자를 시켜 먹으세요. 집이 좋아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서랍에서 갑자기 발견되는 오래된 사진들, 벽지 아래서 나오는 이상한 메시지들, 그리고 가끔 부엌에 나타나는 1950년대 복장의 아주머니까지 – 모든 것을 우리만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때로는 공포스럽고, 때로는 기이했지만, 항상 재미있었다.
어제는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그가 규칙 목록을 읽고 웃을 때, 우리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곧 그도 알게 될 테니까.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규칙을.
"규칙 50: 이 목록의 모든 규칙을 재미있게 여기세요. 그들도 당신을 재미있게 여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