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텔: 405호의 비밀
체크인할 때 받은 405호 열쇠는 묘하게 차가웠다. 손바닥에 얼음 조각을 쥔 듯한 감각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이게 내가 그랜드 오라 호텔에서 느낀 첫 이상함이었다.
로비는 1920년대 화려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은은한 빛을 흘렸다. 리셉션에 서 있던 직원은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고, 그의 창백한 피부는 대리석처럼 빛났다. "405호는 우리 호텔의 특별 객실입니다. 특별한 손님만 모십니다."라고 그가 말했을 때, 나는 그저 마케팅 문구라고 생각했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나무 바닥은 누군가가 내 뒤를 따라오는 것처럼 삐걱거렸다.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었다. 405호 문고리는 다른 방들과 달리 황동색이 아닌 까만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문에 새겨진 숫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무거웠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누군가의 향수 냄새가 느껴졌다. 라벤더와 무언가 썩어가는 냄새의 기묘한 조합.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 전경은 어쩐지 실제 호텔의 위치와 맞지 않았다. 내가 알던 현대적 빌딩들 대신, 오래된 고딕 건물들과 어둠에 잠긴 공원이 보였다.
침대에 가방을 내려놓자 벽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드디어... 왔구나..." 나는 귀를 의심했다. 욕실 거울에는 김이 서려 있었고, 누군가 손가락으로 '어서 와'라고 쓴 흔적이 선명했다. 물을 틀어 김을 지우려 했지만, 수도꼭지에서는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공포에 사로잡혀 방을 나가려는 순간, 문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전화기를 들었지만 리셉션과 연결되지 않고 낮은 허밍 소리만 들려왔다. 침대 옆 서랍에서 이전 투숙객들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우리는 모두 405호의 일부가 된다"라고 적혀 있었다.
갑자기 모든 불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방 구석구석에서 형체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오래 기다렸어..." 목소리들이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그때 깨달았다. 체크인할 때 서명한 문서는 단순한 호텔 등록 양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약이었다. 내 영혼에 대한 계약.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405호의 새로운 관리인이 되었다. 창백한 피부, 깜빡이지 않는 눈을 가진 채로. 다음 손님은 내일 도착한다. 특별히 선택된 손님. 그리고 나는 미소 지으며 말할 것이다. "405호는 우리 호텔의 특별 객실입니다. 당신만을 위해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