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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화장품

오컬트 화장품: 그녀가 바른 것은 미래였다

거울 속 내 얼굴이 달라졌다. 분명 내가 바른 건 단순한 화장품이었는데, 지금 내 눈동자는 어제와도 오늘 아침과도 다른 빛깔을 띠고 있었다. 검은 홍채 속에 보랏빛 성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특별 세일이라며 공짜로 줬던 그 샘플..." 손끝으로 눈가를 더듬었다. 작은 금색 상자에 담긴 크림은 '운명의 빛'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제품 설명은 단 한 줄, '당신이 꿈꾸는 미래를 보여드립니다'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3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뇌리에 영상이 스쳤다. 그와 함께 웃고 있는 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나.

손이 떨렸다. 전화를 무시하고 화장대 서랍을 뒤졌다. 금색 상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제품 설명서로 보이는 작은 종이가 발견됐다. 글씨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형태를 바꿨다.

'운명의 빛은 사용자에게 가능한 미래를 보여줍니다. 주의: 한번 본 미래는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단, 당신이 선택한 미래만.'

욕실로 달려가 얼굴을 씻었다. 물이 눈에 들어가 따가웠지만, 보랏빛 성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의 두 번째 전화였다.

"만나자는 말만 들어줘." 그의 음성 메시지가 재생됐다. "중요한 얘기가 있어."

손거울을 들어 눈을 들여다봤다. 보랏빛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웃는 모습, 우는 모습, 사라지는 모습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이미지가 선명해졌다. 내가 선택해야 할 미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해. 더 이상 연락하지 마."

거울 속 내 눈동자의 소용돌이가 잦아들었다. 보랏빛은 사라지고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화장대 위에 놓인 금색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아까는 없었는데.

상자 안에는 또 다른 화장품이 들어있었다. '시간의 그림자'라는 이름의 아이섀도였다. 제품 설명에는 '당신이 지나온 과거를 바꿔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손가락 끝에 묻은 보랏빛 가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화장이란 원래 오컬트였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우리는 자신의 얼굴에 새로운 운명을 그리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