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짝사랑: 맛으로 전하는 마음
열여덟 번째 오픈 포트폴리오 날, 나는 다시 요리 학교 3층 창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직 그녀가 만드는 음식을 보기 위해서.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 서연은 항상 참가자들 중 가장 빛났다. 내게는 적어도.
"이번 주제는 '기억의 맛'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을 요리로 표현해보세요."
교수님의 안내가 끝나자 주방이 분주해졌다. 열기구가 켜지고, 칼이 도마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가 교차했다. 서연은 언제나처럼 조용히 재료를 다듬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당근은 꽃이 되고, 감자는 보석이 되었다. 나는 요리를 하는 척하며 그녀를 훔쳐봤다.
서연의 요리는 언제나 평범했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모험이 없었다. 오늘도 그녀는 전형적인 비프 부르기뇽을 준비하고 있었다. 와인 향과 함께 고기를 볶는 달콤한 향이 주방에 퍼졌다. 교수님은 매번 그녀에게 "완벽하지만 안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나는 항상 실패했다. 오늘도 고향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김치찌개를 만들었지만, 소금과 고춧가루의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지난 17번의 목요일처럼, 오늘도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될 것이다.
발표 시간, 서연이 자신의 비프 부르기뇽을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유학 시절, 처음으로 맛보았던 요리입니다. 완벽한 기술로 재현하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교수님은 한 입 먹고 예상대로 말했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만, 당신만의 이야기가 없군요."
내 차례가 되었다. "어머니의 김치찌개입니다. 맛은... 음, 제가 아직 부족해서..."
교수님이 한 입 먹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짭니다. 그리고 맵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직한 맛이군요. 이 요리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정리하는데, 서연이 내게 다가왔다. "네 김치찌개, 맛볼 수 있을까?"
당황한 나는 그릇을 내밀었다. 서연은 조심스레 한 입 떠먹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이상해, 짜고 너무 매운데... 근데 왜 자꾸 먹고 싶지? 매주 네가 만드는 요리를 몰래 맛봤어. 항상 뭔가 부족했지만, 정직했어. 내 요리는 완벽하지만 영혼이 없어."
나는 말했다. "네 요리를 처음 맛본 날부터 널 좋아했어. 완벽하다고 생각했거든."
서연이 웃었다. "나도 널 좋아해. 처음엔 네 요리 때문에, 지금은... 그냥 너라서."
그녀는 내 노트를 집어들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그녀의 레시피를 몰래 베껴 적고, 그녀에 대한 감정을 끄적인 노트였다. 17주 동안의 짝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노트.
"이제 함께 요리할까? 네 정직함과 내 기술이 만나면, 우리만의 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밤, 우리는 서로의 레시피를 교환하며 새로운 맛을 찾아갔다. 때론 짜고, 때론 싱겁지만, 우리가 함께 만드는 요리처럼 우리의 관계도 조금씩 익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