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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대표님

자기계발의 대표님: 무한 성장의 그림자

대표님이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제와 또 달랐다. 눈매는 더 날카로워졌고, 목소리는 더 낮아졌으며, 걸음걸이는 더 확신에 차 있었다. 김대표는 매일 0.1%씩 성장한다고 했고, 우리는 그것이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다.

"여러분, 오늘부터 사내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의무화합니다."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 회의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갓 인쇄된 두꺼운 매뉴얼이 들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이미 우리 모두의 이름이 적힌 개별 폴더가 놓여 있었다.

"매일 아침 7시 명상, 8시 독서 토론, 9시 업무 시작 전 긍정 확언. 점심시간에는 TED 강연 의무 시청, 퇴근 전 30분은 내일을 위한 계획 수립..." 그의 목소리가 매뉴얼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부분마다 그는 잠시 멈추고 우리의 반응을 살폈다.

이전에도 대표님은 항상 새로운 자기계발서를 들고 다녔다. 처음에는 영어 원서였고, 곧 일본어 책이 추가됐으며, 최근에는 독일어 경영서적까지 그의 책상을 채우기 시작했다. 회사에 오는 길에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이어폰을 끼고 오디오북을 들었다. 24시간이 모자라 시간을 쪼개 쓰는 모습이 때로는 경이롭기도, 때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됩니다. 성장하지 않는 개인도 마찬가지죠."

대표님의 책상 뒤 화이트보드에는 거대한 성장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날짜별로 그의 독서량, 명상 시간, 운동 기록, 비타민 섭취량까지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프는 항상 우상향이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두 달째, 사무실은 변했다. 벽에는 동기부여 문구들이 빼곡했고, 모두의 책상 위에는 동일한 구성의 자기계발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아침 명상이 끝나면 모두가 똑같은 문장을 세 번씩 외쳤다. "나는 오늘 더 나은 나가 된다. 나는 성장한다. 나는 가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늦게까지 남아있던 내가 대표님 사무실 불빛을 발견했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니 대표님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찢어진 자기계발서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의 성장 그래프는 온통 빨간 사인펜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더는... 성장할 수 없어... 한계야... 내 한계..." 그가 중얼거렸다.

다음 날, 회사 전체 메일이 도착했다. '자기계발 프로그램 강화 안내'라는 제목이었다. 이제 주말에도 의무 참여해야 했고, 성과 측정은 더 세밀해졌다. 메일 말미에는 낯선 문장이 있었다. "성장의 한계는 없습니다. 한계를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의 노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회의실에서 다시 만난 대표님의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어제보다 더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그가 문을 나서며 남긴 말이 아직도 내 귀에 맴돈다. "자기계발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끝납니다." 나는 궁금해졌다 - 그렇게 열심히 자신을 계발한 사람의 내면에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