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자기계발: 너를 좋아하는 법을 배우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는 방법을 책에서 배웠다. '짝사랑 고수가 되는 21가지 방법', '짝사랑에서 연인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화 기술'... 내 책장은 이런 자기계발서로 가득 찼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유진을 처음 본 날부터, 나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연애 자기계발이었다.
"오늘은 챕터 7: '상대방의 관심사에 진심으로 흥미를 보여라'를 실천할 거야."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다짐했다. 유진의 책상 위엔 항상 여행 잡지가 놓여있었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들의 풍경이 그녀의 손때 묻은 페이지 사이로 반짝였다.
"저... 혹시 여행 좋아하세요?" 입술이 바짝 마른 채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커피 머신 앞에서 우리 둘만 있는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자기계발서 챕터 3: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라'의 가르침이었다.
유진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동안 나는 그저 인사만 겨우 하던 투명인간이었으니까. "네, 좋아해요. 어떻게 아셨어요?"
"책상에 여행 잡지가 있어서요." 나는 챕터 5: '정직하되 자신감 있게 대답하라'를 실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많은 챕터를 실천했다. '미소의 힘을 활용하라', '작은 친절을 베풀어라', '때로는 거리를 두어라'.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유진과의 대화는 조금씩 늘어났고, 점심도 몇 번 같이 먹었다. 내 방 책장의 자기계발서들은 귀퉁이가 접히고 줄이 그어져 흔적을 남겼다.
그날은 회사 회식이 있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용기가 났다. '챕터 19: 때로는 솔직한 고백이 필요하다.' 유진을 따로 불러 테라스로 나갔다. 밤바람이 차가웠지만, 내 손은 땀으로 축축했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그동안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연습도 했어요."
유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자기계발서들 말이에요? 책상 서랍에 항상 넣어두시던..."
당황한 나에게 그녀는 작은 메모장을 보여줬다. 거기엔 내가 읽었던 모든 책의 제목과 함께 각 챕터별로 내가 실천한 행동들이 꼼꼼히 정리되어 있었다. "저도 당신이 좋았어요. 그래서 관찰했죠. 당신이 실천하는 것들이 너무 귀여워서 전부 기록했어요."
내가 그녀를 연구하는 동안, 그녀도 나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집에 돌아와 나는 내 자기계발서들을 하나씩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진짜 자기계발은 책이 아니라 용기를 내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당신의 모든 노력과 실패까지도 사랑으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