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짝사랑: 우리가 바라본 같은 곳
그의 웃음소리는 여름 한낮의 매미 울음처럼 귓가에 달라붙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창가 자리를 고집했고, 언니는 그 이유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우리 자매는 많은 것을 공유했지만, 서현에 대한 감정만큼은 서로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이었다.
"지은아, 이번 주말에 같이 영화 보러 갈래?" 언니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나는 책상에 엎드려 국어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척하며 대답했다. "무슨 영화?"
"서현이가 추천해준 거야. 지난번에 학교에서 마주쳤는데..." 언니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연필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언니와 서현이 복도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 떠다니던 웃음처럼 가볍고 투명한 공기가 나를 질투로 숨 막히게 했었다.
"너 혼자 가. 나 이번 주말에 공부해야 돼." 평소와 달리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 언니는 침대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일 있어? 요즘 자꾸 이상하게 굴어." 언니의 손이 내 어깨에 얹혔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마음이 더 아팠다.
"아무것도 아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서현이의 프로필 사진을 몰래 저장해두고, 그가 지나갈 시간에 맞춰 교실을 나서고, 그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가슴이 떨리는 이 감정은? 내가 모르는 척 하고 있던 것은 언니의 감정이 아니라 내 감정이었다.
다음 날, 교실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시간. 서현이 언니에게 다가가 뭔가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작은 메모지 같았다. 언니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내 가슴을 후벼팠다. 그날 저녁, 언니의 책상 위에 놓인 메모지를 보았다. '토요일 2시, 서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토요일 아침, 언니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옷을 고르고 있었다. "역시 같이 갈래?" 언니가 다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 나가고 난 후, 나는 혼자 집에 남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마음도 그렇게 흘러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울린 초인종. 문을 열자 비에 젖은 서현이 서 있었다. "지은아, 언니 있니? 핸드폰이 안 받아져서..." 그의 목소리에 내 심장이 덜컹거렸다. "언니는 이미 나갔어." 내가 대답했다. "영화관으로 먼저 간다고 했어."
"아..." 서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난 분명히 내가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오해했나 보다."
그 순간 내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언니였다. '지은아, 미안해. 사실 서현이가 널 좋아해. 내가 니 얘기를 많이 해줬더니 관심을 보이더라. 오늘 너희 둘이 만날 수 있게 약속 잡았어. 화내지 마. 사랑해.'
화면을 올려다보니 서현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가 그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져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매의 짝사랑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방향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언니의 짝사랑은 내 행복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