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남친의 마지막 웃음
그가 웃을 때마다 세상의 모든 색이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웃음소리가 어딘가 헛돌고 있었다. 민지는 카페 창가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항상 재밌는 남친이라고 자랑했던 도윤의 눈에는 웃음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그 PD한테 말했어. '이 아이디어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낫겠네요'라고!" 도윤이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지만, 민지의 귀에는 깨진 유리처럼 날카롭게 들렸다.
커피 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안경에 서렸다. 민지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그의 넥타이를 바라봤다. 일주일 전에 선물한 넥타이였다. 꼭 매고 나타나겠다던 약속이 지켜진 것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도윤의 넥타이 매듭이 어딘가 어색했다.
"무슨 생각해?" 그가 물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는 모습이 초조해 보였다.
"아니... 그냥 넥타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민지가 답했다.
"아, 이거? 고마워. 근데 내가 오늘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도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그의 눈이 테이블 위의 한 점을 응시했다.
민지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최근 한 달간 그의 문자가 줄어들었고, 통화도 짧아졌다. 매일 보내던 재밌는 이모티콘도 사라졌다. '재밌는 남친'이라는 그의 별명이 무색하게, 그의 재치 있는 농담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나 자신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그가 말했다. "우리, 잠시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민지는 대답 대신 웃음을 터트렸다. 도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뭐가 그렇게 웃겨?" 그가 물었다.
"방금 네가 한 말이 너무 재미없어서." 민지가 말했다. "항상 재밌었던 네가, 이별을 고하는 순간에는 가장 진부한 대사를 선택하다니."
도윤의 눈이 커졌다. 그가 입을 열려던 찰나, 민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민지의 표정이 단번에 바뀌었다.
"미안, 먼저 가봐야겠어." 민지가 가방을 집어들며 일어섰다. "네가 대본 리허설을 한 거라면, 합격이야. 아주 자연스러웠어."
도윤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네 넥타이, 거꾸로 매었더라." 민지가 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리고... 네 지갑에서 발견한 그녀의 사진, 정말 예쁘더라. 어제 네가 샤워할 때 봤어."
카페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도윤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항상 재밌는 남친으로 살았던 그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없는 농담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