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대표님: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심
대표님이 또 농담을 던졌다. 회의실은 일제히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나는 그의 눈에 스친 외로움을 놓치지 않았다. 박진혁 대표는 업계에서 '재밌는 대표님'으로 유명했다. 스타트업 '드림코더'를 3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낸 천재 사업가이자, 직원들과의 회식에서 언제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영혼의 개그맨이었다.
"우리 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드르륵... 코더'가 되는 거죠!" 억지스러운 말장난에 모두가 웃었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화면에 띄워진 분기별 실적 보고서를 바라봤다. 빨간색 숫자들은 웃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회의가 끝나고 늦은 밤, 사무실에 혼자 남았을 때였다. 대표님의 오피스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으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와 유머로 가득했던 그 사람은 모니터 앞에서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빈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들어와요, 민지씨." 그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내가 내는 소리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했다. "그림자가 보여요. 이런 밤엔 그림자도 좋은 친구가 되죠."
조심스럽게 들어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 그의 얼굴은 피곤함으로 가득했고, 평소의 장난기 어린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민지씨는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죠?" 그가 불현듯 물었다.
"대표님의 인터뷰를 봤어요.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좋았습니다."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 제가 실리콘밸리 CEO 연설에서 베낀 거예요. 사실... 일은 그냥 일이에요. 때론 지옥 같고, 때론 천국 같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누군가는 광대가 되어야 해요."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의 끊임없는 농담과 재치 있는 말투는 방패였다. 회사의 위기와 불안을 감추고,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연기였다. 대표님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 투자자들과의 갈등, 그리고 매일 밤 그를 찾아오는 불안에 대해.
"내일도 저는 재밌는 대표님이어야 해요. 그게 제 역할이니까." 그가 마지막 소주를 따라 마시며 말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언제나처럼 활기찬 목소리로 아이디어 회의를 이끌었다. "이번 제품은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지 말자고요! 사용자가 웃으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봅시다!"
모두가 그의 유머에 웃을 때,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대표님이 진짜 웃어도 괜찮아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그가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날 우리는 회사 창립 이래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탄생시켰고, 대표님의 웃음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짜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