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맛집: 웃음이 조미료
"맛은 혀가 아니라 기억으로 느끼는 거야." 할머니가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음식점의 간판은 그 말의 의미를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웃음이 넘치는 맛집 - 들어오면 배꼽 빠짐 주의'.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자 놀랍게도 텅 빈 홀이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도, 의자도 없었다. 대신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좁은 복도를 지나자 작은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각 방문에는 '첫사랑 실패담', '인생 최악의 순간', '부모님께 들킨 순간'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내게 다가왔다. "원하는 방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가장 아픈 기억일수록 음식은 더 맛있어집니다."
반신반의하며 '첫사랑 실패담' 방을 선택했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의자가 있었고, 벽면에는 거울이 가득했다. 이상하게도 거울 속 내 모습은 17살의 나였다. 교복을 입고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들고 있는...
"아, 그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순간 거울 속 영상이 멈추고 테이블 위에 스테이크 한 접시가 나타났다.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서 폭발하는 맛. 눈물이 핑 돌았다.
다음 방 '인생 최악의 순간'에서는 졸업식 날 실수로 바지가 찢어진 기억이 재생되었고, 그 방에선 엄마의 김치찌개 맛이 나는 수프가 나왔다. '부모님께 들킨 순간' 방에서는 몰래 담배 피우다 발각된 과거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가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방에 들어갔다. 거울 속에는 현재의 내가 이 이상한 맛집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입 안에서는 모든 맛이 어우러졌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얼마예요?"라고 묻자 주인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지불한 건 부끄러움이에요. 가져가는 건 추억의 맛이고요." 노인이 작은 병을 건넸다. "이건 '웃음 소금'입니다. 가장 쓴 기억에 뿌리면 가장 달콤한 맛이 됩니다."
집에 돌아와 서랍 속 오래된 일기장을 꺼냈다. 부끄러운 과거의 페이지들을 하나씩 넘기며 노인이 준 웃음 소금을 살짝 뿌렸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는 아픔을 웃음으로 간을 맞출 때 완성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