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영상의 이면
지하철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을 때, 처음으로 나는 유명해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도 완전히 잘못된 이유로.
"저기 봐, 유튜브에서 본 그 여자야!" 누군가의 속삭임이 차가운 지하철 안을 가로질렀다. 손가락질, 킥킥대는 웃음소리, 스마트폰 카메라의 희미한 셔터음. 이 모든 것들이 내 귀에 폭포수처럼 들이닥쳤다.
단 3분 17초의 재밌는 영상. 내 인생을 산산조각 낸 것은 그것뿐이었다. "도서관 여신의 격렬한 하품 모음.zip"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된 지 이틀 만에 조회수 백만을 넘겼다. 누군가 일 년 동안 몰래 촬영한 내 모습들. 책 사이에 파묻혀 있다가 하품을 참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들이 편집되어 있었다. 코미디 효과음과 함께.
도서관 사서였던 나는 하루아침에 밈이 되었다. 재밌는 영상의 주인공.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 나에게는 악몽.
오늘도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 모습을 몰래 찍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선을 느끼는 데 익숙해졌다. 도서관을 그만둔 지 두 달째.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저... 실례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또 시작이구나.' 나는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그 영상... 봤어요."
침묵. 그녀는 예상치 못한 말을 이었다.
"그 영상을 만든 사람이 제 전 남자친구예요. 그가 당신에게 한 일이... 정말 미안해요."
내 심장이 멈춘 듯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내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익숙한 하품 영상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내 모습이었다. 그리고 노숙자들을 위한 문해력 교실에서 봉사하는 장면들.
"당신의 진짜 모습이에요. 제가... 이걸 만들었어요. 조회수는 많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보니 '진짜 도서관 여신: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라는 제목 아래 댓글들이 보였다. '그녀에게 사과합니다', '실수로 공유했던 원본 영상 삭제했습니다', '당신의 봉사에 감사합니다'.
눈물이 흘렀다. 처음으로 재밌는 영상이 아닌 가치 있는 영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웃음이 아닌, 존중을 받는 기분이었다.
"면접 가시는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네."
"제가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예요. 아이들 책을 만드는데... 당신같은 분이 필요해요."
그녀가 내밀어 준 명함을 받아들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멈추고,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사이,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때로는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서 빛이 찾아온다는 것을, 누군가의 재밌는 영상에 갇혀 있던 내가 이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