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짝사랑: 웃음 뒤에 숨은 진심
나는 그녀가 웃을 때마다 일기장에 별표를 하나씩 그렸다. 6개월 만에 은하수가 완성됐다. 김하은, 우리 반에서 가장 활기찬 그녀는 내 책상 앞에 앉아 매일 아침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지만, 그 미소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준아, 오늘도 재밌는 일기 썼어?" 하은이 오늘도 내 책상 위에 턱을 괴며 물었다. 내가 국어 시간에 발표했던 일기가 인기를 끈 이후, 나는 반에서 '재밌는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의 입에서 '재밌는'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내 심장은 팽이처럼 돌아갔다.
"응, 썼지." 나는 항상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 일기장을 꼭 쥐었다.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일기, 모든 페이지가 하은이로 가득 찬 비밀스러운 우주였으니까.
봄이 깊어질수록 하은이는 내게 더 자주 웃어주었다. "민준이 일기, 정말 읽어보고 싶다." 그녀의 말에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은이의 눈빛은 맑은 호수 같아서, 들여다보면 내 모습만 비추었다. 그런데 그 호수가 진짜 나를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교실에 둘만 남았을 때였다. 하은이가 갑자기 물었다. "민준아, 좋아하는 사람 있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혀는 굳고 입은 마르고, 대답 대신 빨간 귀만 내 감정을 배신했다.
"있구나! 누군데? 알려줘!" 하은이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용기를 내서 일기장을 꺼냈다. 6개월간의 짝사랑이 담긴 증거물. "이거... 읽어볼래?" 떨리는 손으로 건넸다.
하은이는 일기장을 펼쳤다. 페이지마다 적힌 '하은이가 웃었다. ★', '하은이가 내 농담에 웃었다. ★★★', '오늘 하은이와 우산을 같이 썼다. ★★★★★'.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언젠가 하은이에게 고백할 용기가 생기면 ★★★★★★' 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침묵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나는 재빨리 일기장을 낚아채 도망치려 했다. "미안, 그냥 장난이야. 재밌지?" 필사적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정말 재밌다." 하은이가 웃었다. 내 심장이 무너졌다. 역시 그저 웃음거리였구나. 그런데 하은이는 손을 뻗어 내 일기장을 다시 가져갔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의 결말, 내가 써도 될까?"
하은이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페이지에 무언가를 적었다. '민준이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
그녀가 일기장을 돌려주며 속삭였다. "넌 정말 재밌는 사람이야. 그리고 난... 재밌는 사람이 좋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종종 현실이 되고, 가장 재밌는 짝사랑은 때로는 별들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