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공포: 투명한 벽 너머의 진실
첫 번째 실종 사건이 일어난 날,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이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 회사는 전 직원 삼백 명이 근무하는 유리 빌딩 27층에 있었다. 투명한 파티션 너머로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는 모던한 오픈 오피스. 그날 김 부장의 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의 컴퓨터 화면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어제 퇴근 후에도 자리에 있던데..." 옆자리 민지가 속삭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순히 병가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 삼일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회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갔다. 그의 책상은 말끔히 치워졌고, 인사팀에서는 "갑작스런 퇴사"라는 짧은 공지만 내렸다.
이상하게도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이메일이나 단체 채팅방에서도 그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하지만 나는 그날 밤 김 부장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했다. 야근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렀을 때, 복도 끝 회의실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짧고 날카로운 외침. 그리고 고요.
다음은 마케팅팀 이사님이었다. 그 다음은 신입사원 두 명. 한 달 사이에 다섯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두 야근 후 퇴근을 앞둔 시간대였다. 나는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그들의 프로젝트 파일을 살펴보았다. 공통점은 하나였다. 모두 'X-프로젝트'라는 폴더에 접근했었다는 점.
나는 마지막 날짜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그들이 사라진 직전 날, 모두 같은 파일을 열어보았다. 호기심에 나도 그 폴더를 클릭했다.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열린 파일에는 명단이 있었다. 이미 사라진 이름들과 함께, 날짜별로 정리된 향후 '퇴사 예정자' 목록. 그리고 내일 날짜 옆에는 선명하게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심장이 멎는 듯했다. 뒤를 돌아보니 CEO가 내 모니터를 보며 서 있었다. "아, 기획안 잘 보고 있었어요."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지 그래?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잖아."
나는 짐을 꾸렸다.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내려가는 대신 특별 출입카드가 필요한 지하 3층을 눌렀다. 보안실 옆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왔다. 그날 밤, 내 책상에 남겨둔 녹음기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회사 커뮤니티에는 내 "갑작스런 퇴사" 소식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었고, 그날 밤 녹음된 파일을 들으며 공포에 떨었다. 사무실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낮은 기계음과 몇 명의 대화. "다음은 누구지?" "이번에는 마케팅 2팀 김 대리로 하자. 프로젝트에 너무 가까이 다가왔어." 그들이 말하는 '프로젝트'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복제해 AI에 이식하는 기술이었다. 테스트 대상은 바로 직원들이었다.
오늘, 내 옛 직장 빌딩 앞에 서서 27층을 올려다봤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중 몇은 내가 알던 동료들과 똑같이 생겼지만, 그들의 눈빛은 공허했다. 마치 유리 인형처럼. 그들이 진짜인지, 아니면 내가 알던 사람들의 복제품인지 이제는 알 수 없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매일 밤 그 빌딩에서는 누군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