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게임: 우리가 만든 비밀 규칙
알림음이 울렸다. "당신의 턴입니다." 내 마음속 목소리가 아닌, 진짜 메시지였다. 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서현, 우리 회사의 디자인 팀장. 그리고 내가 2년째 짝사랑하는 여자. 우리는 지금 게임 중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오직 나만 아는 게임.
"오늘의 미션: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며 눈을 3초 이상 마주치기." 내가 스스로에게 보낸 알림이었다. 이런 식이었다. 매일 아침 나는 그날의 '짝사랑 미션'을 정하고, 성공 여부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80점을 넘기면 고백한다는 규칙. 현재 점수는 78점. 어제 그녀가 내 농담에 웃어주어 3점을 얻었다.
커피 두 잔을 들고 그녀의 자리로 향했다. 바닐라 라떼, 시럽 적게. 그녀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도 이 게임의 일부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바닥에서는 땀이 배어나왔다. 뜨거운 커피가 손을 데웠지만, 그보다 내 마음이 더 뜨거웠다.
"서현 씨, 커피 한 잔 했어요." 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나, 둘... 그녀의 눈동자는 깊고 따뜻했다. 셋... 그녀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고마워, 민준 씨. 항상 신경 써주고." 그녀의 목소리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성공이다. 오늘의 미션 완료. +2점. 이제 총점 80점.
사무실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제 규칙대로라면 고백할 차례다. 그동안 계획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점심시간, 옥상에서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점심시간 직전,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우연히 보게 된 알림. "오늘의 미션: 민준에게 커피에 대해 고마움 표현하기. 미소 지으며 3초 이상 눈 마주치지 않기." 그리고 그 아래 점수: "현재 78점. 오늘 미션 성공 시 +2점. 80점 달성하면 고백하기."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도 나와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핸드폰에 새로운 알림이 떴다. "미션 성공! 현재 80점 달성. 오늘 점심, 옥상에서 그에게 고백하세요."
우리가 서로에게 만든 비밀 게임, 서로 모르게 같은 규칙으로 진행해온 짝사랑의 롤플레잉.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우리의 게임은 끝나고, 진짜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누가 먼저 말할까, 그것이 새로운 규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