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과자
껍질을 벗겨내자 부서지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민주는 비닐을 조심스레 열었다. 얇은 초콜릿 과자 하나를 꺼내 입에 넣는 순간, 그 익숙한 단맛이 혀끝에 번졌다. 중학교 2학년, 첫사랑의 맛이었다.
"이거, 너 좋아하는 거지?" 그날 현우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초코 웨하스를 꺼내 건넸다. 옅은 홍조를 띤 그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다. 소심했던 그의 고백 방식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매일 아침 내 책상 위에는 작은 과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초코, 딸기, 바닐라. 날마다 다른 맛이었지만, 웨하스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말없는 그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었다.
"너랑 나, 웨하스 같아." 어느 날 그가 말했다. "겹겹이 쌓인 층들이 서로를 지탱하는 거."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모든 사랑처럼, 우리의 관계도 오래가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른 반이 되었고, 서로 바쁜 일상에 휩쓸렸다. 공부에 치여 연락은 뜸해졌고, 자연스레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본 날, 그는 웨하스 하나를 내게 건넸다. "이걸로 끝내자." 그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십오 년이 흘렀다. 해외 출장길에 공항 면세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과자. 패키지는 바뀌었지만, 그 이름만은 그대로였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웨하스 한 상자가 이제 내 책상 서랍 안에 있다.
SNS에서 그를 찾아보았다. 결혼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초콜릿 웨하스를 먹으며 그의 프로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15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설렜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짝사랑은 과자처럼 달콤한 기억으로 남아 때때로 나를 찾아왔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웨하스를 샀다. 집에 돌아와 창가에 앉아 과자를 한 조각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사각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겹겹이 쌓인 웨하스 층이 하나씩 녹아내렸다. 마치 시간의 켜켜이 쌓인 기억처럼. 꽃이 지듯 사랑도 지는 법이지만, 과자처럼 달콤한 짝사랑의 기억만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사각거리며 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