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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부모님

짝사랑의 문턱에서: 부모님의 그림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아버지는 내게 낡은 편지 한 뭉치를 건네주었다. "네 어머니가 가장 아끼던 것이란다."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풍금처럼 떨렸다. 나는 그때까지 우리 부모님이 사랑했다고 믿어왔다.

편지들은 1980년대 초반의 것으로,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희미해진 잉크로 쓰여 있었다. 첫 장을 펼치자 어머니의 단정한 필체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정우에게'라는 수신인. 그 이름은 내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었다.

"보고 싶다는 말로는 부족해. 오늘도 창가에 서서 너의 집 방향을 바라보았어. 네가 다른 사람과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아..." 어머니의 글에서는 절절한 짝사랑의 아픔이 묻어났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갑자기 귓가에 크게 들렸다.

편지들은 모두 발송되지 않은 채 한 사람에게 향한 일방적인 사랑의 기록이었다. 마지막 편지의 날짜는 내가 태어난 지 두 달 전이었다. "이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가졌어.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네가 살고 있어."

아버지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창가에 앉아 비 내리는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정우라는 사람이 누구예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아버지는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내가 한번도 본 적 없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나야." 그가 말했다. "내 본명은 정우란다. 네 어머니는 내 첫사랑이자 평생의 짝사랑이었어."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이 편지들은...?"

"네 어머니는 내가 누구인지 끝까지 몰랐어. 대학 시절, 나는 멀리서 그녀를 사랑했지만 다가갈 용기가 없었지. 우연히 소개로 만났을 때, 나는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했어. 결혼 후에도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단다."

빗방울이 창문을 더 강하게 두드렸다. "왜요?"

"네 어머니의 편지를 몰래 읽은 후, 그녀의 마음속 '정우'에 미치지 못할까 두려웠어. 상상 속의 완벽한 사랑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아버지의 목소리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무거웠다.

그날 밤,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평생 자신의 짝사랑이 바로 곁에 있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았던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자신과 다른 존재로 살아갔던 아버지. 우리는 때로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보다,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을 더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나는 부모님의 비밀을 간직한 채, 그들이 건네준 사랑의 의미를 다시 풀어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