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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비밀

짝사랑의 비밀

내 짝사랑의 상대는 비밀을 품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무거운 비밀을. 처음 알게 된 건 그녀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였다. 도서관 구석 창가 자리, 그녀가 항상 앉던 그 자리에 검은색 가죽 표지의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표지 안쪽에 그려진 작은 벚꽃 그림으로 그녀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일기장을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한 페이지가 살짝 접혀 있었고, 그 틈새로 내 이름이 보였다. '민준'이라는 세 글자. 호기심은 죄악이라 했던가. 나는 그 페이지를 펼쳤다.

"오늘도 민준을 지켜봤다. 그가 나를 한 번이라도 바라봐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다음 페이지를, 또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의 비밀이 조각조각 모습을 드러냈다. 말기 백혈병. 6개월 시한부 선고. 그리고 나에 대한 짝사랑.

도서관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일기장 위에서 춤을 췄다. 그 따스함과 달리 내 온몸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녀가 항상 창가에 앉아 있던 이유, 햇살을 좋아했던 이유, 늘 창백했던 얼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곤 했던 이유... 모든 것이 설명됐다.

"그거 내 거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평소보다 더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 그녀는 마치 투명한 유리 인형 같았다.

"미안해, 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내 손에서 일기장을 가져갔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제 알았네, 내 비밀을." 그녀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평온했다. "그리고 나도 네 비밀을 알게 됐어."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 비밀?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다는 건가?

"네 눈에서 보였어. 내 일기를 읽는 동안... 네 눈에 담긴 감정이." 그녀가 미소지었다. "너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단지 몰랐을 뿐이야."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짝사랑이란, 때로는 상대방도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 6개월뿐일지라도, 나는 그 시간 동안 그녀에게 평생의 사랑을 주기로 했다. 비밀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우리의 짝사랑은 끝났고, 진짜 사랑이 시작되었다.